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대학 스포츠/「스타」위주 운영 「수술」필요하다/(대학을 살리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대학 스포츠/「스타」위주 운영 「수술」필요하다/(대학을 살리자)

입력
1992.12.03 00:00
0 0

◎학교마다 “대외홍보 효과”인식팽배/체육특기생 정원외 선발제 고려를/과열­거액 「스카우트경쟁 풍토」 과감히 지양돼야우리나라의 대학에는 진정한 의미의 학교 스포츠는 없고 일부 스타만 있다.

국제경기에서의 금메달수가 국력의 척도로 인식되던 시절부터 세계 4강의 금자탑을 세운 서울올림픽때까지 대학스포츠는 한국체육의 견인차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대학은 수십년간 학문개발과 시설에 투자해도 얻기 힘든 지명도와 홍보효과를 소수 「스포츠용병」에 의해 단기간에 거머쥘 수가 있어 스카우트경쟁에 몰입해왔다. 이에따라 과열 스카우트가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는가 하면 대입체육특기생이 되기위해 중학교때부터 공부는 뒷전으로 하고 골프장을 기웃거리는 웃지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한다.

강의를 열심히 들으면서 과외시간에 운동을 하는 대학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학교육의 질저하를 거론할 때 체육특기생 문제가 항상 단골메뉴로 등장해왔다. 국민대는 지난 8월 94학년도부터 체육특기생을 선발하지 않기로 결정한후 격력한 찬반양론에 시달려야 했다.

이 대학 현승일총장은 교수회의에서 『엘리트위주의 체육으로 재정난이 심화될 뿐아니라 일반 학생들에 대한 체육교육이 소홀해지고 선수들의 학점변칙이수 등 학사관리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1년 동안 유예기간을 둔뒤 94학년도부터 체육특기생제도를 전면 폐지할 것을 제의해 교수들의 만장일치 지지를 받았다.

국민대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체육계에서는 「특기생 선발중단의 도미노현상」을 우려하는 등 반대도 있었지만 많은 대학의 교수와 학생들은 「국민대가 용단을 내렸다」며 격려전화를 걸어주었다.

체육특기생이라는 변칙적인 장학제도는 단순히 체육분야뿐 아니라 정원내 입학에 따른 일반 학생의 불이익,예산,캠퍼스내의 이질감 등 대학의 근본적인 문제와 직결되고 있다.

국민대 김이곤 기획처장은 『1년동안 체육특기생에게 들어가는 장학금 등 4억5천만원의 예산을 학문분야에 투입하면 20명의 교수를 신규채용할 수 있어 현행 63%인 교수 확보율을 70%선까지 끌어올릴수 있다』며 『사립대간의 스카우트파동,선발을 둘러싼 부조리 등이 없어지면 대학의 체질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사립대 총학장 41명도 지난달 13일 모임을 갖고 내년부터 학업성적을 감안해 체육특기생을 선발하기로 결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70년초 도입된 이 제도는 20년동안 관성이 붙어 실제로 개선해 나가는데는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체육교육 활성화 막아○

93년학도에도 이미 계약이 끝난 5명의 특기생만을 선발하기로 한 국민대측은 체육계 인사는 물론 대상에서 제외된 선수 학부모,경기단체장 등의 직간접적인 압력과 항의에 시달려야 했다.

한양대는 교무처와 체육위원회가 특기생 선발제도 개선문제에 대해 수차례 논의했으나 93학년도에는 현행대로 하되 선발인원만을 올해 76명에서 71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이 대학 이성호 교무부처장은 『대학운동팀이 국민체육진흥과 학교홍보에 큰 역할을 한다는 긍정적인 내부의견이 압도적이었다』면서 『대부분이 구기 단체종목이라서 신입생 특기생 수를 급격하게 줄이면 전체 경기성적이 떨어져 재학중인 선수들의 졸업후 진로에 차질이 생기는 등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성균관대는 배구 핸드볼종목 등에 35명을 선발하기로 했으나 경제 경영 법학과 등 체육 특기생들이 특정학과에 몰리는 것을 막기위해 1과 1인원칙을 정했다. 현재와 같은 대학 스포츠의 파행화는 대학당국에 1차 책임이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체육진흥이라는 미명아래 무리하게 편법을 썼던 정부가 자초한 것이다.

현행 체육특기자 대입 특별전형제는 72년부터 체육인구의 저변확대와 스포츠 엘리트 육성이라는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전국 규모대회 4강 입상성적을 요구하기 때문에 중고교 체육선수들은 아예 수업을 외면하고 경기장에서 살다시피한다.

경희대 체육학과 최영근교수는 『대학 체육을 제대로 발전시키려면 중고교의 학교체육부터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하며 대학도 스포츠를 통해 학교이미지를 관리하는 시대가 지났다는 사실을 인색해야 한다』고 지적,『정부는 대학간에 경쟁심을 부추길 것이 아니라 직접 투자에 의해 선수를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학부모들이 감독 등 경기 지도자를 매수하는 등 고교체육의 부조리는 대학으로 이어져 후보에 오른 일부 특기자들은 대학 재단에 막대한 기부금을 내고 입학하기도 했다.

○공부안해도 학점 취득○

특히 87년부터는 특기 종목에 골프 볼링 승마 아이스하키 등이 추가되면서 과열현상이 더욱 심해졌다.

80년대 한해에 2천여명씩 진학하던 대학의 체육특기생들은 93학년도의 경우 3천3백94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은 대학 4년간 경기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무시험과 변칙학점으로 우수한 성적을 취득해서 졸업한다.

K대 법대 김모 교수는 시험답안지에 「해외전지 훈련으로 학기말까지 못뵙겠습니다」라고 써놓던 유명 야구선수를 기억하고 있다. 남녀대학핸드볼 대표팀 사령탑을 10여년 맡아온 경희대 류재충교수는 국제대회에 나가 메뉴판의 간단한 영문을 몰라 쩔쩔매던 선수들,출입국 신고카드를 작성할때면 여권과 카드를 맡겨놓고 슬그머니 화장실로 사라지던 선수들을 잊지못하고 있다.

대학 농구연맹회장인 수원대 이달순 행정대학원장은 『특기생들에게도 일정수준이상의 수학능력을 요구하고 정원외로 선발하는 등 종합적인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대학간에도 과열경쟁을 지양,미국의 NCAA(전국대학 체육협회)와 같이 특기생 선발기준을 공동으로 정해 위반하는 학교에 대해 출전금지 등 제재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강구할때가 되었다』고 말했다.

서울대 체육교육학과 정성치교수는 『미국의 경우 대학의 스타급 선수에게는 경기담당 코치외에 생활담당 코치가 따로 불어 학사관리를 맡아 지도한다』며 『양적으로나 운영방법면에서 우리나라 대학의 체육특기생제도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기형적』이라고 진단했다.

○아마추어팀도 지원을○

고려대는 이같은 대학 스포츠의 부작용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 모든 학생들에게 체육활동 기회를 주기위해 지난 85년부터 학기별로 전체 학생들이 참여하는 「교내 경기」를 실시,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9월30일부터 11월10일까지 열린 제15회 교내 경기에는 농구 32개팀,축구 25개 팀을 비롯해 단체경기 4종목과 테니스 탁구 씨름 등 개인경기 6종목에 2천여명의 아마추어 선수들이 참가,열전을 벌였다. 보다 많은 선수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풀리그방식으로 치러지는 이 경기의 심판도 물론 학생들이며 되도록이면 실력이 비슷한 팀끼리 맞붙을 수 있도록 메이저리그격인 석탑조와 마이너리그격인 호상조로 나누어 실시했다.

이 대학 체육위원회 원장 조성하교수(51.경영학)는 『교내 경기를 통해 수많은 순수 아마추어팀이 생겨나는 등 대학 스포츠가 활성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대학의 경우/전종목 선수 윤리·학사기준등 세부규정/매년 총학장들이 자격심사… 미달땐 “제재”

최근 우리 대학 체육계에서는 미국의 NCAA(National College Athetic Associations.전국 대학체육협회) 규정을 원용,체육 특기생 선발의 부작용과 경기과잉 경쟁을 줄이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NCAA는 1906년 설립된 대학간 협의기구로 현재 8백60여개 대학이 가입돼 있으며 지난 21년 육상경기를 관장하기 시작, 지금은 대학체육 전종목을 규제한다.

NCAA 규정은 윤리·학사기준·경기일정·재정지원 등에서 TV중계까지 32개 조항의 방대한 양으로 구성돼 있고 벌금·출전금지·제명 등의 엄격한 제재를 가한다.

NCAA는 캔자스주 쇼너 미션시 소재 본부에서 매년 총·학장 등 대표자급 및 체육 지도자급 회의를 열어 규정을 개정하는 데 학사관리 규정은 강화되는 추세다.

다음은 92년 규정의 주요조항.

우선 협회설립의 기본목적을 「대학 체육경기를 교육과정의 일부로,선수를 학생신분으로 유지하고 대학체육과 프로스포츠와의 구분을 명확하게 하는데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선발대상 고교생이 2학년 과정을 마칠 때까지는 스카우트할 수 없다.

이와함께 선발 대상자에게 사전 스카우트비는 물론 교통비,식사 등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고 스카우트전에 전화통화마저 구체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대학대표선수가 되려면 고교시절 영어(3년),수학 사회과학 자연과학(각각 2년) 등 필수과목을 포함한 11개 고교 코스를 반드시 수료,4천점 만점기준 2천점이상의 성적을 올려야 하며 SAT(대학 진학 적성검사)언어 및 수리부문에서 7백점이상을 취득해야 한다.

이같은 학사규정에 미달한 학생은 정규시즌 경기에 출전자격이 없다.

선수에 대한 대학측의 재정지원은 종목 연맹별로 상한선이 정해져 있으며 등록금 도서비 기숙사비 제공을 원칙적으로 하되 다른 일반 장학프로그램의 금액수준을 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NCAA 규정의 가장 큰 특징은 체육장학생이 학교측에 혹사당해 학사일정을 소홀히 하지 않도록 구체적인 경기일정은 물론 연습일정마저도 사전에 규제하고 있다는 것.

농구의 경우 92학년도에는 8월15일 이전에 경기장에서 연습을 할 수 없었다. 또 이날 이전에 경지도를 못하게 했다. 미식축구도 첫 시즌시합 이전까지 대표팀 또는 1,2학년팀이 29회이상 연습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연습개시후 3일간은 미식축구장비를 착용해서는 안되며 선수기리 신체접촉을 하지 않는 컨디션 조절훈련만이 허용된다.

□특별취재반

▲사회부:설희관차장·류승우·김현수·장현규·남대희·이성철·김병주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