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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시장 개방 불가론/이재승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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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시장 개방 불가론/이재승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2.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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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인사대천명.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의 파고높은 쌀시장 개방압력에 양팔을 벌리고 가로막고 나서고 있는 강현욱 농림수산부장관은 바로 이런 심경일 것이다. 그는 지난 28일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쌀시장만은 지키겠다는 정부의 입장에는 추호도 변화가 없습니다. 최소시장 접근도 받아들이지 않겠습니다』고 정부의 「쌀시장 개방 절대불가」의 기존방침을 다시 다졌다. 그는 한걸음 더 나아가 언론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최근 언론계에서는 개방의 불가피성을 많이 거론하고 있는데 협상도 하기전에 언론이 이와같이 보도하는 것은 한국의 입지를 약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것입니다』

「개방 절대불가」나 「개발 불가피성」은 논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다 타당성이 있다 하겠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안팎의 환경으로 봐서는 「개방 절대불가」를 고사하는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첫째,둔켈 가트(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사무총장이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 대한 그의 최종안 초안에 대해 전 회원국들의 입장을 오는 18일께까지 접수,연말까지 원칙적인 매듭을 짓겠다고 회원국에 통보했으나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다. 둔켈 총장의 연내 타결방침은 미국·EC의 오일시드(유지종자·콩·땅콩·해바라기씨·코코넛 등) 분규에 대한 타결이 촉매제가 됐으나 프랑스가 「EC의 회원국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위협,타결의 성사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관례로 봐 EC가 회원국의 강경한 반대를 무시하고 정책을 밀고나간 일이 없다. 프랑스는 EC의 최대 농산물 생산국인 동시에 수출국이다. 프랑스 농민은 인구의 6%에 불과하나 정치적으로 강력하다. 프랑스는 EC를 필요로하나 EC도 프랑스가 필요하다는 장 피에르 쇼송 프랑스 농무상의 말은 프랑스의 무게를 시사해주는 것이다. 부드러운 위협이기도 하다.

둘째,캐나다·스위스·멕시코 등 한국과 같이 「예외없는 관세화」(수입개방)에 반대해왔던 나라들이 하루아침에 찬성으로 태도를 바꿀 수 없는 것이다. 이들과의 제휴를 시도해 볼 수 있다. 캐나다는 시장개방 불가로 제시해온 품목이나 낙농제품·돼지고기 등 약 1백20여개 품목(세분류 품목,HIS 5단위 기준)이다. 우리와 비슷한 숫자다. 스위스는 곡물류·육류 등 7개의 대품목에 대해 예외화를 요구해왔다. 시장이 개방되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취약한 스위스 농업은 붕괴되게 돼있다. 멕시코도 옥수수·낙농제품을 개방불가로 선언해왔다. 농산물 수입개방에 기관차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 자체도 농민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강력함에 따라 땅콩·낙농제품·설탕 등이 주산지다. 이 남부지역 14개 품목을 웨이버(유보) 품목으로 묶어두고 있다. 특히 이 웨이버 품목의 대다수는 남부지역 농민단체들은 전통적으로 민주당과의 유대가 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클린턴 민주당 행정부가 웨이버의 철폐를 단행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셋째로는 우리와 함께 「쌀수입 개방불가」를 주장해온 일본은 「시장개방 불가피」를 수용할 것처럼 보도되고 있으나 정부는 공식적인 논평을 유보하고 있다. 정부내에서도 상반된 소리가 들린다. 외무성·대장성 등 비농업 부서는 개방을,농무성은 개방불가를 견지하고 있다.

넷째로는 우리가 개방여건이 돼있지 않다는 것이다. 아마 이 점이 우리가 쌀시장을 개방할 수 없는 최대요인이라 하겠다. 일본만해도 쌀의 비중이 농가소득의 4%에 불과하고 또한 막강한 경제력으로 농촌지역에 대한 보상적 지원 및 사회복지비·개발투자 등을 감당해갈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은 아직 쌀농사의 비중이 매우 크다. 농가소득의 25%,농업소득의 50%를 차지한다. 지금 쌀시장을 개방하면 농업경제는 주저앉을 수 밖에 없다. 파생될 정치·사회적 충격까지 감안하면 정말 가공할 문제다. 우선 막아야겠다.

그 다음에 현재 추진하고 있는 농업구조 개선사업 등 농촌 현대화계획을 서둘러 추진해야겠다. 한국경제는 지금까지 농업을 희생시켜 왔다. 이제는 산업이 농업을 위해 보상을 할 때가 오지 않았나 한다. 농촌 현대화 계획에는 쌀시장 개방을 오랫동안 거부할 수 없다는 한시성과 농촌인구가 격감하고 있는 이농현상 심화의 추세를 감안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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