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음색 유리”… 「안정」 부각/김영삼/인간적 면모·자질 전달 주력/김대중/인생역정 대화체 홍보 초점/정주영각 후보진영은 시간대 등을 둘러싼 다소의 우여곡절 끝에 1일 첫 전파를 탄 TV연설의 기선제압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각 후보진영은 후보 5회 찬조연설원 5회 등 각 후보에 10회씩 돌아가는 TV연설의 중요성을 십분 의식,후보의 모양새로부터 연설내용에 이르기까지 세심한 신경을 쓰고 있다.
▷김영삼후보◁
민자당은 이번 TV연설이 김영삼후보의 득표율 제고를 위해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이미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민자당측은 우선 김 후보가 다른 후보들에 비해 「비디오」와 「오디오」의 두 측면에서 TV화면에 보다 걸맞는 선천적 강점을 지녔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 후보의 친근하면서도 부드러운 인상과 특유의 음색은 TV연설이 20분동안 후보의 얼굴과 흉부에만 화면이 고정된 가운데 진행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안방 유권자들의 정서적 호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결정적인 무기가 될 것으로 민자당은 기대하고 있다.
이같은 바탕위에서 민자당은 TV연설을 통해 김 후보의 집권후 국정운영 방향을 차분히 제시함으로써 김 후보를 「안정속에 변화와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유일한 지도자」로 부각시키는데 주안점을 두겠다는 전략.
김 후보는 모두 5차례의 TV연설중 첫회에서는 자신의 정치철학과 국정쇄신 청사진을 포괄적으로 담은 「총론」을 제시한데 이어 ▲경제·농촌 ▲통일·안보 ▲여성환경·사회복지 부문의 「각론」을 차례로 피력한뒤 선거 전날인 12월17일의 마지막 연설에서는 사뭇 심각한 어조로 「안정론」을 거듭 강조하며 한표를 호소할 예정이다.
이미 지난주말 녹화를 끝마친 1회 연설에서 김 후보는 「깨끗한 정치」 「작고 강력한 정부」 「대사면·지역갈등 해소를 통한 대화합의 정치」 등 집권할 경우의 통치이념에 대한 골간을 두루 제시했다.
특히 김 후보는 『부정하게 번 돈으로 권력을 사겠다는 발상은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겠다는 것보다 더 나쁘다』며 일부 정당의 「금권선거」를 강도높게 비난할 예정이다.
김 후보는 또 자신의 정치입문 시절부터 지난 60년 무장간첩에 의해 죽음을 당할 때까지 정신적 후원자가 됐던 모정을 회고하며 여성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으로 여성 유권자의 지지도 호소할 계획이다.
김 후보는 이번 TV연설 준비과정에서 일부 복모음 등에 대한 발음교정에 역점을 두기도 했다.<유성식기자>유성식기자>
▷김대중후보◁
김대중 민주당 후보에게 TV연설은 따로 차색되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전하는데 그지없이 좋은 기회다.
자금과 조직력면에서 열세인 김 후보로서는 전국의 유권자들에게 한꺼번에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TV연설회를 준비해온 김 후보측이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김 후보의 인간적 면모와 국정수행 능력을 동시에 전달하는 것. 우선은 김 후보에 대한 오해부터 씻고 차츰 집권후의 포부를 밝히는 순으로 연설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5회의 김 후보 TV유세를 모두 다른 내용으로 채운다는 방침아래 1개월여전부터 원고를 다듬고 김 후보의 카메라 적응훈련을 하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1일 하오 9시50분에 시작된 김 후보의 MBC 연설은 계획대로 「살아온 이야기」를 전하는데 중점이 주어졌다. 『선거얘기가 아니라 살아온 인생 몇토막을 들려 드릴까 합니다』로 시작된 이 연설은 『바꾼다는 것,변화한다는 것은 현실의 안일을 버릴 수 있는 강한 의지와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고 끝날 때까지 김 후보의 삶의 역정을 통해 「DJ 원상회복」을 시도했다. 특히 「용공」 「축재」 등 시중의 악성루머를 차분히 해명함으로써 앞으로 돌발할 수도 있는 막판 흑색선전에 미리 쐐기를 받아두기도 했다.
첫 연설회의 강조점이 「친근한 DJ」,「원래의 DJ」를 부각시키는 것이었다면 6일 하오 5시40분 KBS 연설은 경제정책 구상을 밝히는 기회로 활용할 예정.
「세계경제 8강으로 가는 길」을 주제로 중소기업 육성 자유시장경제 기초과학기술 경쟁력 증대방안 등이 폭넓게 제시된다.
세번째인 12일 하오 10시55분의 SBS 연설은 시청권을 고려,도시서민의 삶주변의 문제들 즉,교통·입시·주택·물가문제를 주제로 할 계획이며 네번째인 15일 하오 7시45분의 KBS 2TV 연설은 농업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마지막 17일 하오 10시30분의 MBC 연설에서는 「대화합과 변화의 정치」에 대한 구상을 종합적으로 밝힐 계획이다.<황영식기자>황영식기자>
▷정주영후보◁
정주영 국민당 후보의 TV연설은 일반 청중대상의 유세와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다. 일반 유세가 정책을 소개하고 다른 후보들을 공격하는데 치중한다면 TV연설은 정 후보의 인간적 면모를 강조하는데 초점을 맞추게 된다.
또 정 후보의 TV연설은 다른 후보들의 연설과도 차별화된다. 거의 원고에 의존하지 않은채 대화하는 것처럼 연설을 끌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당은 TV연설의 특성을 감안,정 후보의 「특장」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이같이 독특한 형식과 내용을 채택했다.
정 후보는 1일밤 MBC TV로 방송된 첫 연설에서 부모와 함께 농사짓던 어린시절을 비롯,부두노동자,쌀가게 배달원,사업 초기시절 및 당시의 정치인에 대한 인상 등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정 후보는 이날 연설 모두에서 『정책설명이나 공약의 되풀이는 하지 않겠다』면서 『대신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 정주영이란 인간을 알리겠다』고 밝힘으로써 앞으로의 연설방향을 짐작하게 했다.
정 후보측은 5차례의 TV연설을 통해 과거 자신의 행적과 업적,신념 등을 소상히 공개함으로써 그동안의 「왜곡된」 이미지를 바로잡고 가려진 부분을 홍보한뒤 이를 현실,즉 득표와 연결시킬 계획이다.
정 후보는 이날 상오의 첫 연설 녹화에서 도입과 결론의 일부분에서만 원고에 따랐을 뿐 나머지 대부분은 짤막한 메모만으로 얘기를 풀어나갔다. 원고 읽기를 좋아하지 않는 정 후보의 평소 습관과 최대한 「자연스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 가장 좋은 득표방법이라는 내부판단이 맞아 떨어져 다소 위험하기도 한 이 방식을 채택했다는게 국민당측의 설명이다.
정 후보의 TV연설을 막후에서 돕는 인사는 방송작가 김수현씨. 정 후보는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는데 최우선의 목표를 두고 이야기 전개의 흐름 및 도입부 원고작성 등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봉두원 정당대회 의장,이인원특보 등도 방송경험을 살려 측면지원을 했다.<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이·박·백 후보◁
이종찬 새한국당 후보는 TV연설에서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변화의 구체적 표현을 새시대,새정치,새인물로 정하고 연설에 적절히 사용할 계획이다. 내용면에서는 경제실정을 공박하고 경제개혁정책의 구체적 내용을 제시하는 등 경제문제에 가장 큰 비중을 둘 예정이다.
박찬종 신정당 후보는 5회의 TV연설을 단계별로 차별화했다. 1회는 출마의 변,2회는 세계의 흐름,3회는 경제,4회는 사회개혁,5회는 국민에게 드리는 충정으로 구분해놓고 있다. 순서별로 서로 다른 주제로 얘기하지만 공통적으로 세대교체,정치정화를 강조할 계획이다.
무소속의 백기완후보는 파격적으로 TV연설을 하려하고 있다. 대부분 후보자들이 잔잔한 어조를 선호하는데 비해 백 후보는 특유의 웅변으로 기성 정치권의 「가진 자 위주의 정치」를 규탄하고 「민중의삶」을 보장할 수 있는 정책대안을 제시할 예정이다.<이영성기자>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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