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급등·재정적자·기업사유화 등 쟁점 수두룩【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치열한 보혁대결을 예고해 온 러시아 인민대표대회(의회)가 1일 개막되면서 옐친 대통령의 급진적 경제개혁정책은 본격적인 심판대에 올랐다.
지난 1월부터 실시돼온 옐친의 충격요법식 개혁프로그램에 대해 모스크바의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옐친의 방식이 75년간의 사회주의 경제체제에 찌든 러시아의 경제를 회생시키기보다는 혼란과 어려움을 가중시켰다고 판단하고 있다.
치솟는 물가때문에 수백만의 국민들이 빈곤계층으로 전락했고 루블화의 가치는 연초에 비해 5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와 함께 각종 범죄의 증가와 함께 부패의 심화 등으로 야기된 사회혼란상은 이미 통제의 범위를 넘어설 정도가 됐다.
그러나 옐친 대통령은 최근 급진개혁 정책의 계속추진을 거듭 밝히고 있어 이번 인민대표대회 회기중 이에 대한 보수파의 비판과 반박이 결론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인민대표대회의 개막에 즈음해 옐친 대통령과 예고르 가이다르 총리대행 등이 그동한 추진해 온 경제개혁정책의 내용과 실태를 항목별로 살펴본다.
▷물가◁
가격자유화와 함께 15개 주요 품목을 제외한 모든 품목에 대한 보조금 폐지를 추진했으나 시장경제의 근간인 수요 공급법칙이 전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가격 폭등으로 많은 국민들이 개혁의 의미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또 일부서는 러시아 국민중 절반이 빈곤계층으로 전락하거나 빈곤수준에 근접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재정◁
애당초 적자의 규모를 GNP의 5% 정도로 잡았으나 올상반기 적자는 1천13억루블로 GNP의 7.5%에 달했으며 가이다르 총리대행조차도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하고 있다. 옐친 대통령은 내년의 적자규모를 GNP의 4.8% 정도로 낙관하고 있으나 일부서는 8%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통화◁
강력한 금융긴축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지불위기와 기업간 채무불이행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현재 기업간 채무불이행액은 2조5천억루블에 이르렀고 국영기업의 입금체불액은 1천억루블에 달하고 있다. 초인플레로 인해 상품가격이 인상되고 있지만 통화부족으로 은행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이 와중에 러시아 중앙은행은 정부정책과는 달리 통화발행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 「절름발이」 긴축이 유지되고 있다.
▷사유화◁
오는 95년까지 3만5천개 기업중 70%를 사유화할 방침으로 지난 7월부터 사유화법을 시행중이나 아직 결과를 평가하기에는 시기상조다. 현재 약7천개 기업을 경매할 예정인데 그 시기가 인민대표대회와 맞물려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사유화에 따른 「바우처」는 현재 모든 국민에게 분배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토지매매의 자유화는 최고 회의에서만 논의된 상태여서 인민대표대회에서 옐친의 대응이 주목된다. 이와 함께 1백80여만명의 국민들이 토지사유화를 촉구하는 청원서를 인민대표대회에 제출,압력을 넣고 있다.
이처럼 중요부문에서 개혁정책이 차질을 빚어 보수세력의 반발이 거세지자 가이다르 총리대행은 지난달 26일 「시민동맹」의 의견을 받아들여 새로운 개혁안을 제시한바 있다.
이 개혁안의 내년에 2천5백억루블을 군수산업 민수화에 투자,TV 등 생필품생산에 박차를 가하며 민주화 및 기타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공급을 원활히 하기 위해 러시아 산업재건 개발은행을 설립한다는 것이다.
또 상업은행들에 의한 장단기 채권발행도 포함돼 있다.
가이다르는 그러나 ▲과거 통제경제체제로의 복귀반대 ▲도산기업에 대한 구제금융지원 ▲가격 및 임금동결 ▲수출촉진을 위한 환율인하정책 등 4가지 문제는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옐친과 가이다르의 급진개혁정책이 이번 인민대표대회중 보수파의 견제에 부딪혀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가 관심의 촛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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