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동맹」과 제휴 비상대권 연장 승부수/인민대회 대결양상 불구 타협점 찾을듯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12월1일부터 개막되는 제7차 인민대표대회를 하루 앞둔 30일 개혁파 및 중도우파인 「시민동맹」과의 연합세력인 「신개혁정당」 창설을 촉구했다.
옐친 대통령은 이로써 이번 인민대표대회에서 민족·공산주의 세력인 보수파 「통일러시아」의 대통령퇴진,급진경제개혁 노선반대 등 공격의 예봉을 사전에 누르러뜨리는 포석을 한 셈이다.
옐친 대통령은 신당창당을 제의하면서 자신도 이 당에 참여할 것임을 선언해 자신이 90년 공산당적을 버릴때 『앞으로 어느 정당에도 가담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깨는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의석의 30∼40%를 쥐고 있는 「시민동맹」을 자기편으로 끌어 들여 과반수를 확보함으로써 정확히 1년간 행사해온 대통령의 「비상대권」을 연장하고 최고회의가 이미 채택한바 있는 대통령의 조각권한을 대폭 제한하는 정부조직법의 통과를 저지하려는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에서는 인민대표대회 개막을 앞두고 그간 옐친 대통령의 급진개혁 정책에 반대하는 하스불라토프 최고회의 의장을 중심으로한 민족·공산주의세력이 개혁파인 가이다르 총리대행 정부의 총사퇴를 요구하는 등 강력한 공격태세를 취했었다.
이에 따라 옐친 대통령도 보수파와의 타협을 모색,지난 26일 폴토라닌 부총리겸 공보장관과 부르불리스 국무장관 등 개혁파 측근을 해임했다. 이로써 일단 급한 불은 껐으나 그는 비상대권 연장·정부조직법 저지를 위해서는 중도파인 「시민동맹」의 볼스키 산업·기업가동맹의장과 정부내 실세인 루츠코이 부통령과 손을 잡지 않으면 안될 처지임을 알기 때문에 중도파와의 「연정」을 제안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민동맹」측은 이미 옐친의 발표 하루전인 28일 볼스키 의장을 통해 『가이다르 총리대행을 제1부총리로 하고 이번 대회에서 총리를 재선출한다면 옐친 대통령에게 협조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었다. 루츠코이 부통령도 이러한 옐친 대통령의 유화 제스처에 대해 『국가의 제1인자인 대통령이 정부조직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기 때문에 내용을 수정할 수 밖에 없다』고 한발 물러서는 반응을 보였다.
따라서 1일부터 개막되는 인민대표대회에서는 지금까지의 예상대로 보혁의 팽팽한 대결양상은 보이겠지만 어느 정도의 타협점은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즉 보수 중도파는 대통령의 「비상대권」을 연장시켜 주는 대신 그들이 주장해온 가이다르 총리대행의 사임 내지는 격하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보수파는 나아가 가이다르외에도 옐친의 측근인 코지레프 외무장관 쇼힌 부총리 네차예프 경제장관 등 외무·경제각료의 경질을 요구하고 있는데 중도파와의 협정이 이루어지면 가이다르정부의 핵심인 경제각료들은 유임될 수 있으리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옐친의 대화합과 연정가능성 등 유화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보수파의 공격이 워낙 강해 이번대회에서 보수파의 목소리를 누그러뜨리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옐친의 개혁정당 창당요구에 때맞춰 수천명의 모스크바시민이 구 소련기를 앞세우고 「옐친타도」를 외치며 불법시위를 강행했다는 점 등에서도 옐친이 「제2의 고르바초프」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돌고 있다.
크렘린의 지도자는 시베리아의 겨울 추위를 넘기기가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남영진기자>남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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