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 성모병원 중환자실에 뇌하저부 골절상을 입은 딸 최애란양(20)과 함께 척추골절상을 입고 입원중인 중국교포 김순녀씨(43·흑룡강성 하얼빈시)는 객지에서 자칫 불귀의 객이 되지나 않을까 겁에 질려있다.김씨 모녀는 이날 새벽 5시 서울 양천구 신정동 서울 출입국 관리사무소 불법체류자 보호실 5층에서 동료 20여명과 함께 소방호스를 타고 달아나다 미끄러져 중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 왔다.
앰블런스의 사이렌소리와 의사의 다급한 외침을 귓전에 들으며 기절했던 김씨는 몇시간뒤 병실에서 제정신을 차린뒤 척추가 크게 다친 것을 알 수 있었다.
김씨 모녀가 고국방문길에 오른것은 지난 9월11일.
『내뼈를 고향땅 강진에 묻어달라』는 시아버지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친지에게 빚을 내 서울행 여비를 겨우 마련한 김씨는 귀국하자마자 먼저 전남 강진으로 내려가 선산에 유골을 묻은뒤 인천의 삼촌집에 묵으면서 귀국 여비벌이에 나섰다.
그러나 여자의 몸으로 식당일 등에 나섰으나 아무리 일해도 서울행 여비 빚과 귀국여비를 마련키에는 힘에 벅찼다.
김씨 모녀는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삼촌에게 여비를 빌려 더 추워지기 전에 돌아가기로 하고 29일 하오 친척들에게 선물할 옷가지를 사러 남대문 시장에 나갔다.
막 지하도 입구를 들어서려다 단속반에 붙들렸다. 김씨는 『아차』싶었으나 중국에서 관광비자로 90일까지 체류할 수 있다고 들었기에 자신있게 여권을 내놓았다.
그러나 단속 반원들은 『관광비자는 30일 만기인데 연장신청을 않으면 불법체류』라며 출입국 관리사무소에 넘겼다.
차가운 바닥서 잠을 자다 새벽에 『와』하는 소리에 잠을 깨 얼떨결에 도주대열에 합류했던 김씨는 『시아버지가 들려주던 한국은 이처럼 막무가내로 차갑고 살벌한 곳이 아니었다』며 『체류연장을 하지 않은 잘못이 있긴 하지만 흉악범 다루듯 하는 당국이 원망스럽다』고 한숨지었다.<이은호기자>이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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