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소보 자치주등서 잇단 무력충돌/주변국 이해관계 복잡 “분쟁 부채질”【베를린=강병태특파원】 마케도니아와 세르비아령 코소보자치주 등 구 유고 남부의 정정불안이 고조되면서 본격적인 발칸전쟁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 지역은 구 유고공화국을 차례로 휩쓴 내전에서 아직은 비껴나 있다. 그러나 이곳은 민족분쟁을 넘어 구 유고의 맹주 세르비아와 알바니아 불가리아 그리스 터키 등 주변국의 역사적 전략적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 훨씬 심각한 분쟁요소를 안고있다. 이 때문에 일단 분쟁이 점화되면 발칸지역 전체가 걷잡을 수 없는 불길에 휩싸일 것이란 경고가 높다.
최근 코소보 자치주와 마케도니아 두곳 모두 분쟁 점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먼저 2백만 인구의 90%인 알바니아계의 독립 요구를 세르비아가 강압으로 누르고 있는 코소보 자치주의 수도 프리스티나에서는 지난 11월 밤 의문의 「군부대공격」 사건이 발생했다. 세르비아군에 의하면 알바니아 테러분자 1명이 군사령부 초소를 공격,경비병 2명에게 중상을 입힌뒤 사살됐다. 이 사건직후 세르비아는 주둔군 병력을 대폭 증강하고 세르비아인들을 무장시키는 한편 알바니아계 소지무기를 압수하고 있다.
알바니아계는 사살된 알바니아인이 정치투쟁 경력이 전혀 없는 농업기술자로 사건다음달 결혼예정이었다는 점 등을 들어 사건 자체를 조작된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그리고 세르비아군 증강조치 등은 보스니아 전투를 대충 마무리한 상태에서 코소보 문제의 무력해결과 「이민족 청소」를 시작하려는 음모라고 주장하고 있다.
어쨌든 코소보의 정정불안이 고조되자 코소보 문제에 발언권을 주장해온 베리샤 알바니아 대통령은 즉각 『세르비아의 무력사용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한 개입의지를 밝혔다.
마케도니아의 상황은 한층 심각하다. 인구 2백만명의 60%가 마케도니아인,30%가 알바니아인,그리고 나머지가 세르비아 보스니아 터키인 등으로 구성된 마케도니아는 유고연방 해체 와중에 독립을 선언했으나,국제적 승인은 받지 못했다.
이는 마케도니아인을 슬라브화된 그리스 민족으로 간주하는 남쪽의 그리스가 세르비아에 동조,EC 등의 독립승인을 적극 저지하고 있는 것이 주된 요인이다.
문제는 서쪽 접경의 불가리아로 과거 불가리아 왕국에 속했고 2차대전중에도 일시 「회복」 했던 마케도니아를 불가리아의 일부로 여기고 있는 점이다. 여기에 알바니아는 당연히 「동족보호」를 내세우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곳에서도 분쟁상태를 유도,무력개입으로 독립을 막으려는 세르비아의 「음모」가 나타나고 있다. 마케도니아 수도 코페에서는 지난 6일 경찰이 담배를 암매하던 알바니아계 소년을 체포,구타해 죽였다는 허위방송 보도가 나갔었다. 이 때문에 분노한 알바니아인들이 거리에서 경찰을 공격하고 바리케이드를 치는 등 시가전을 방불케하는 소요사태가 발생,4명이 숨지고 30여명이 부상 당했다.
이 사태와 관련,현지에서는 허위방송과 과격시위 촉발의 배후에 세르비아군 정보기관 KOS 요원들이 개입했다는 것이 정설로 굳어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 심각한 것은 세르비아뿐 아니라 주변국들이 모두 유고 남부 지역의 분쟁요소 해결보다는 오히려 현상변경을 노리고 새심 분쟁악화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독일 언론의 분석에 의하면 세르비아와 손잡은 그리스는 마케도니아의 불안 고조와 세르비아의 개입을 통해 독립 가능성 봉쇄를 꾀하고 있다. 알바니아는 오랜 「대알바니아」 꿈의 실현을 위해 코소보와 마케도니아 거주 알바니아인들과의 연대를 바라고 있다. 불가리아도 마케도니아 분쟁에서 「실지회복」 기회를 찾고 있다. 여기에 발칸의 오랜 지배자였던 터키는 코소보와 마케도니아 거주 알바니아인들의 대부분인 이스람교도 보호를 명분으로 이 지역사태에 개입할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이같은 이해관계와 관련,이미 세르비아,몬테네그로 및 그리스간의 동맹과 알바니아 볼가리아 터키의 연합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그리고 이들 모두 공공연히 분쟁시 무력개입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트로스 갈리 유엔 사무총장과 부시 미 대통령은 마케도니아와 코소보에 국제 감시단 파견을 제안하는 등 위기의식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유고사태의 전례에 비춰 실효성이 의문시 되는 가운데 「제3차 발칸전쟁」의 위기는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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