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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끝없는 「군부망령」에 휘청/베네수엘라 불발구데타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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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끝없는 「군부망령」에 휘청/베네수엘라 불발구데타 파장

입력
1992.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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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 불안타고 배우서 거센 입김/부정부패·경제문제 등 선결돼야어렵사리 민주화의 길에 들어선 중남미에 또다시 군부망령이 꿈틀거리고 있다.

남미의 석유수출국 베네수엘라에서 27일 발생한 쿠데타는 예견된 사태이기는 하지만 중단 없는 민주화를 갈망하는 중남미국가 모두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쿠데타는 발발 수시간만에 정부군이 반란군을 진압함으로써 실패로 돌아갔지만 올들어 두번째 카를로스 안드레스 페레스 대통령에 대한 쿠데타라는 점에서 정정은 여전히 불안하다.

지난 2월 쿠데타 불발사건이후 페레스대통령의 지지세력이 크게 약화된데다 그의 사임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시위도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쿠데타는 지난 2월 쿠데타를 주도했던 세력들이 재차 기도한 것으로 이들은 현 정부의 경제실정과 최근의 해군 군수물자 납품부정 등 뿌리깊은 부정부패의 척결을 들고 나왔다.

특히 페레스대통령의 내연의 처가 개입해온 것으로 알려진 각종 부패 스캔들이 화근이었다.

또 그동안 페레스 대통령정부가 강력히 추진해온 「아후테(경제구조 개혁정책)」가 빈부의 격차를 오히려 심화시켜 빈곤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서민,하류계층의 심한 불만도 쿠데타 재발의 빌미가 됐다.

따라서 현 페레스정부가 사회전반에 만연해 있는 권력형 부정부패의 연결고리를 과감하게 끊고 불만계층의 소리에 귀기울이지 않는한 또다른 군부반란의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볼수있다.

실패로 끝났지만 페루에서도 지난 13일 구데타가 발생했었다. 현역 및 예비역 장성들이 이끄는 일단의 군인들이 대통령궁과 군사령부를 장악하고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 암살과 정부 전복을 기도했으나 주모자들이 모두 체포되면서 불발로 돌아갔다.

페루 쿠데타의 목표는 지난 22일 실시될 예정이던 민주 제헌의회선거를 저지하고 통치제도를 재수립 한다는 것이었다. 이 쿠데타는 총선승리를 위해 후지모리 대통령측이 벌인 자작극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는데 어떤 경우든 군부의 막강한 권능을 나타내주기는 마찬가지였다.

후지모리대통령 자신이 지난 4월 마약 및 게릴라퇴치와 경제근대화를 방해한다는 이유로 군부를 등에 업고 의회해산,사법부 해체 등을 통해 헌정을 중단시킨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민간인 출신이 군부의 지원아래 대권을 관리하는 「90년대식 쿠데타」를 성공시킨 후지모리대통령은 지난 22일 총선에서 압승함으로써 군부가 매끄럽게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넓혀 주었다.

불안한 정정을 발판으로 군부가 무소불위의 힘을 행사하고 있기는 콜롬비아 역시 마찬가지다. 콜롬비아 친군부 정부는 좌익 반정부 게릴라들의 유혈공세를 물리친다는 명분하에 지난 8일 법률 효력정지와 특별입법권 행사가 가능한 90일간의 시한부 비상사태를 전국에 선포해 놓은 상태다.

최근 인디언 출신 여성인권운동가 리고베르타 멘추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면서 주목받은 과테말라는 86년 민선정부가 들어섰지만 여전히 군부가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정부군은 좌익 게릴라 소탕이라는 미명아래 갖은 잔학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

이밖에도 아이티는 지난해 9월 최초의 민선대통령이 군부쿠데타로 실각했으며 우루과이도 군정하에서 자행된 인권침해로 사회가 피폐돼있다. 또 나카라과 엘살바도르 수리남 등도 국민의 기대속에 출범한 민선정부가 존립기반마저 위협받는 지경에 처해있다. 칠레는 베네수엘라 못지않게 군에 대한 정부의 통제력이 미약하다.

이들 국가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는 경제불안과 부정부패. 이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하지 못할경우 중남미는 또다시 군부반란 도미노에 휩쓸리게 될 지 모른다.<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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