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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색」 조짐/유성식 정치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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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색」 조짐/유성식 정치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2.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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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럭저럭 굴러가는듯한 대통령 선거 초반전의 양상이 최근 각당의 유언비어 공방으로 심상치 않은 혼탁조짐을 보이고 있다.물론 지금까지의 유언비어가 아직 특정후보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만한 심각한 지경은 아니다. 대부분 각 후보 진영간에 일과성 성명전을 유발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가령 가짜 CD사건을 둘러싼 공방이 그렇다.

지난 25일 민주·국민당은 일제히 『CD사건은 은행과 김영삼 민자당 후보의 사돈이 경영진으로 있는 모그룹 사이에 정치권이 개입,정치자금을 빼쓴데서 일어난 사건』이라며 김 민자후보와 이번 사건의 연루설을 흘렸다.

이에 민자당측은 『CD 거래과정에서 막대한 정치자금이 민주·국민당에 흘러들어갔다는 정보를 갖고있다』며 민주·국민당을 되레 엎어치기 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 공방은 바로 다음날부터 자취를 감춤으로써 3당이 모두 CD사건과 관련한 「밑천」이 바닥났음을 백일하에 드러낸 꼴이 됐다.

또 지난 24일 충남 서산유세에서는 어느 후보의 건강에 대한 근거모를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상대후보측에서는 특정후보의 종교문제를 새삼 거론하는 마타도어가 흘러나오고 있다.

과거의 예에 비추어 보면 이 정도는 아직 「양반」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여기에 북한까지 끼어들고 나선 것은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어느 후보의 당선을 위해 안기부가 다른 후보의 암살을 계획하고 있다」는 북한 민민전 방송의 내용을 북한측이 유포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내용도 황당하지만 이 보다도 언제든지 심각한 양상으로 치달을 수 있는 우리의 「흑색선전」 풍토를 반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유언비어가 역대 선거사상 막판 대세를 반전시키는 효과적 선거수단이 돼왔던 적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는게 우리 현실이다. 흑색선전은 돈이나 여자문제 등 유권자들을 쉽게 자극할 수 있는 소재들을 악의적으로 거론하는게 대부분이다. 그런만큼 저급하고 유치하기 짝이 없다.

「신한국」 「대화합」 「경제번영」 등이 내걸린 이번 선거가 또다시 저급행태에 의해 좌우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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