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시작될 예정이었던 첫 TV유세가 일단 무산된채 갈팡질팡이다. 선거문화의 새로운 장을 기대했던 국민들의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다. 중앙선관위의 관리능력과 신뢰성에도 큰 흠이 가게 되었다.선관위가 TV유세 첫날의 일정을 돌연 취소하고 전면 재조정한 새로운 일정을 마련하기로 한것은 김영삼 민자당 후보의 방송 예정시간대 일부를 선관위에서 김 후보에 유리하게 임의 변경했다는 다른 정당들의 항의와 반발에 따른 것이다. 각당이 합의한 일정을 슬그머니 바꿔 특정 정당후보의 연설시간만을 황금시간대로 옮기려 했다는 것은 경위와 사정이 어떠하든 공평한 처사가 아니었다. 때늦게나마 선관위가 일정을 다시 짜기로 했다는 것이므로 빠른 시간안에 말썽없이 수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일이 이렇게 되도록 잘못한 책임은 뒤에라도 반드시 물어야 할 것이다.
방송매체를 통한 유세는 고전적인 대중유세 중심의 선거운동이 정보화 시대에 걸맞는 전파선거전으로 이행해 간다는 역사적인 의미를 지닌다. 이런 역사성을 시작부터 훼손했다는 점이 안타까운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운동의 양상은 외견상 확실히 과거와는 다르다. 온 나라를 들썩거리게 한 대규모의 대중집회는 서로가 삼가고 있음이 역연하다. 그대신 각 후보들은 체력싸움을 벌이듯 전국곳곳을 누비고 다닌다. 청중의 반응도 예같지 않아 조작된 열광과 인기는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이런 분위기의 연장이라면 전파를 통한 선거운동의 효용성은 예상이나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두리라 믿어진다. 유세장의 연설은 감성의 호소에 주력하나,방송에서의 연설이나 토론은 이성과 논리에 순응하며 판단의 자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정치는 토론과 결단의 과정이다. 의회주의의 근간이 토론과 표결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선거운동도 크게 예외는 아니다. 후보들은 토론을 통해 정당과 자신의 정책과 주장을 부각하며,투표자들은 그런 과정을 지켜보며 결단을 내리면 된다. 그러기 위해선 유세나 제한된 옥내외 연설보다 방송전파의 이용이 더욱 활성화 되어야 한다.
현행 선거법의 규정에 따라 후보와 연설원들은 TV와 라디오에 직접 나서서 정견을 알리고 자기주장을 개진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정치토론이 아닌 일방적 선전으로 끝나버리는 아쉬움이 남는다. 투표자들이 비교우위를 결정하기엔 미흡하다는 뜻이다.
이러한 부족감을 메우는 것은 역시 후보자들이 한자리에 나선 방송톡론이 제격이라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후보간의 방송토론에도 물론 위험과 함정은 깔려 있다. 그러나 토론의 진행과 운용의 묘를 살린다면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닐줄 안다.
비록 TV유세는 시작부터 잡음이 있었으나,TV유세의 성공적인 마무리와 함께 TV토론도 반드시 성사시키기를 다시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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