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새벽 5시30분 은평구 진관외동 백기완 무소속 후보의 집. 백 후보는 살을 에는 새벽 추위가 익숙한듯 여유있게 개량한복을 입고 북한산 한줄기인 동네 뒷산을 오르기 위해 집을 나선다. 그를 수행하는 젊은이 두명도 함께 따른다.도수체조,철봉을 하고 약수 한바가지를 마시고 산을 내려온다.
아침 식탁에는 고구마 무 김치 홍당부가 정갈하게 놓여 있다. 소박한 반찬이지만 모두가 맛있기 먹는다.
상오 8시30분 자신의 연구실인 종로구 명륜동의 「통일문제연구소」에 도착한다. 선거운동본부 오세철 연세대 교수 등 50여명이 와 있다. 전날 후보등록 마감시간까지 기탁금을 마련하느라 동분서주했던 재야인사들의 표정이 오랜만에 밝다. 『열심히 하십시오』라는 인사가 그에게 몰린다. 『고맙소』 『고맙소』와 힘찬 악수가 대신 돌아간다.
분위기가 고조되자 백 후보는 50여명의 지지자들과 함께 9시30분 연구소를 출발,효창운동장의 백범 김구선생 묘소로 가 참배한다. 『이번 선거에서 백범의 뜻을 받들어 민중이 주도하는 자주통일의 초석을 만들겠다』고 말하는 순간,눈자위가 젖어간다.
이어 경기 파주의 장준하선생 묘소로 떠난다. 백 후보의 차(프린스)를 위시해 승용차 7대와 버스가 그런대로 대통령 후보의 격을 맞추어 주는듯 싶다. 선배이자 동지였던 장준하선생 묘소를 참배하고 떠나며,자꾸 뒤를 돌아보는 그의 모습에서 두사람의 끈끈한 우정이 새삼 물씬 느껴진다.
하오 3시 백 후보는 종로 성당에서 철거민 노점상 등 도시빈민들과 만나고 명동성당을 방문,직업병 대책을 요구하는 원진레이온 단식 노동자들의 고충을 듣는다.
그리고 하오 6시 명동 제일백화점 앞에서 거리유세를 편다. 특유의 웅변으로 『보라,이 보수판을 일거에 뒤엎을 태풍같은 발언을 11월30일 KBS2TV에서 만나보시오. 돈많은 이들의 선거판을 갈아 엎고 민중의 살길을 찾겠다』고 외친다. 상당수 시민들이 그의 열변에 발을 멈춘다. 하오 7시40분 백 후보는 이날은 본격출전의 전야제로 삼은듯 비교적 일찍 통일문제연구소로 돌아갔다.<이영성기자>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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