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조·목욕 건강다지며정주영 국민당 후보는 하루는 색다르다. 정치인치고 하루를 늦게 시작하는 사람은 드물지만 정 후보는 어떤 정치인보다도 일찍 일어난다. 정치인 이전에 경제인때부터 몸에 밴 습관이다.
26일 새벽3시30분. 올해들어 가장 추웠던 이날 정 후보는 평소대로 청운동 자택 2층의 침실에서 눈을 떴다.
정 후보가 일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조간신문 읽기. 신문이 배달되기에는 아직 이른 시각이어서 관리인들이 보급소에서 구해온 조간 가판 신문을 빠른 속도로 읽어내려간다.
이어 4시10분. 공보특보실에서 편집한 전날밤 뉴스모음 비디오를 10분가량 시청한다.
4시20분부터 10분간은 역시 정 후보의 오랜 습관인 냉온탕 목욕시간. 냉온탕 목욕을 마친뒤 비서가 전날 작성해둔 「오늘의 일정」과 연설자료 등을 살펴보면 어느덧 시간은 4시40분.
이때쯤이면 1층에 아들 며느리들이 도착해있다. 큰아들 몽구씨를 비롯간 다섯 아들과 사돈이자 경호책임자인 이운호씨가 2층으로 올라와 식탁에 자리를 잡는다. 국회의원인 몽준씨만 부산 출장중이어서 참석하지 못했다. 며느리들이 시중드는 아침식사에 걸리는 시간은 불과 5분. 순두부 멜론 멸치볶음 더덕구이 오이소박이 김치 숭늉으로 차려진 단출한 식사를 마치면 본격적인 하루가 시작된다.
어둠이 걷히지 않은 새벽4시50분. 며느리들의 인사를 뒤로 하고 정 후보는 아들들과 함께 승용차에 오른다. 한달전까지만 해도 광화문 당사까지 걸어갔었으나 요즘은 경호상의 충고를 받아들여 계동 현대헬스클럽에서 가볍게 몸을 푼뛰 승용차로 출근한다.
헬스클럽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스키연습기,자전거 등으로 20여분간 운동을 마치면 약간 땀이 난다. 세수를 한뒤 헬스클럽을 나서는 시각이 5시25분. 당사까지는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잠시 휴식을 취한뒤 6시부터 박세용 대선총괄본부장 등 실무당직자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다. 6시30분부터 30분간은 남대문시장조합 회장 및 임원단과의 면담. 김효영 사무총장 등 당직자들과 잠시 비공식 회의를 가진 뒤 8시40분께 유세장으로 향한다.
김포공항에 도착한 시각이 9시10분. 정 후보 입장에선 벌써 하루의 절반이 지나간 셈이다. 9시30분 부산행 비행기가 이륙하자 정 후보는 이내 잠에 빠진다. 어디서나 잘 자는게 또하나 건강의 비결이다. 1시간뒤 김해공항에서 대기중인 헬기로 갈아탄다.
헬기는 강한 바람때문에 예정보다 20분 지체돼 40분만에 함양에 도착했다.
허허벌판에 마련된 유세장에는 찬바람이 세차게 몰아쳤지만 정 후보는 풍물패의 꽹과리와 『정주영』 『대통령』 연호소리,그리고 무엇보다 적지 않은 인파에 고무된듯 연실 환한 웃음을 지었다.
김용환 박철언 유수호 차수명 정주일의원 등 찬조연사의 연설 대목마다 박수를 쳐주던 정 후보는 볼펜잉크가 굳어버릴 정도의 추위에 손이 시린듯 오버코트 호주머니에 손을 찌른다.
1시간여의 찬조연설이 끝난 뒤 마지막 순서인 정 후보가 연단에 나선다. 연단 양쪽을 맨손으로 움겨 잡은 정 후보는 15분가량의 연설에 스스로 흥이 나서 점차 목소리를 높인다.
유세후 다시 헬기장. 10여분만에 헬기는 두번째 유세지인 거창에 내려 앉는다. 리무진 버스를 이용해 읍내 음식점으로 옮겨 곰탕 한그릇에 깍두기를 잔뜩 넣어 5분만에 점심을 해치운다. 두부를 파래나물로 싸서 맛있게 먹는 것을 보면,배부른 사람도 식욕이 날 정도다.
또다시 유세에 이은 헬기장. 2시40분 거창을 떠난 정 후보는 1시간만에 합천을 뜬다.
4시24분 진주유세를 마친 정 후보는 「진주성지」를 찾아 분향한뒤 방명록에 서명하는 것으로 공식일정을 마친다. 사천발 비행기 시간이 1시간30분이나 남게되자 인근에서 유명하다는 설렁탕 집을 찾는다. 박철언의원 등이 『국민당은 매일 곰탕 아니면 설렁탕이라더니 맞군요』라고 농담반의 「항의」를 하자 정 후보는 쑥스러운듯 『쇠고기국이 얼마나 좋은데요』라고 말꼬리를 돌린다.
하오6시 사천공항 귀빈실에 도착,잠시 눈을 붙인 정 후보가 청운동 자택에 들어선 시각은 8시20분. 간단히 샤워를 마친 정 후보는 9시 TV뉴스를 본뒤 이내 잠자리에 들었다.<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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