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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의 입에 담지말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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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의 입에 담지말라(사설)

입력
1992.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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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지도 않은 한반도가 남과 북으로 갈라지고 좁은 남한은 또 동과 서가 감정대립을 보이고 그것도 모자라 시도끼리도 서로 지역이기주의를 내세운다는 것은 분명 민족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이웃지역간에 선의의 경쟁을 벌인다는 것은 그 지역과 국가 전체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지만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지역 이기주의는 단호히 배격되어야 한다.지역주의는 민족의 화합과 단결을 저해할 뿐 아니라 국가발전을 가로막는 커다란 장애요인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과거에도 언제나 대통령선거 때만 되면 극성을 부리는게 바로 지역감정이었다. 「우리 지역출신 인사를 대통령으로 뽑아야 한다』고 부추김으로써 득표를 노리는 정치인들의 장난 때문이다. 평소에는 민족적 죄악이라고 스스로의 입으로 단죄하기를 서슴지 않던 정치인들이 선거 때만 되면 알게 모르게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표리부동한 짓을 자행하는 것이다. 그러다가보니 후보나 정치인 뿐 아니라 선거운동원이나 일반 유권자들까지도 지역감정에 따라 투표하는 것이 당연한양 인식되고 있다. 지역감정을 타파해야 한다고 입으로는 수없이 주장하지만 실제 행동에서는 반대로 나타나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다.

가까운 87년 대통령선거 때만 하더라도 지역감정이 심한 일부지역에서는 타지역 출신 후보가 연설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폭력이 난무했음을 우리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이번 선거에서는 「혹시나 그런 열병이 또 번지면 어떡하나」하는 조바심으로 모두들 조심하고 경계해왔던게 사실이다. 이처럼 살얼음판을 걷는듯한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깨고 드디어 국민당의 정주영후보와 찬조연사가 25일 강원도 유세에서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나선 것은 너무나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만은 강원도 출신의 대통령을 만들자』느니 『우리 고장 출신을 대통령으로 뽑아 감자바위라는 비웃음을 받고 살아온 강원도의 자존심을 되살리자』는 따위의 발언을 대중집회에서 서슴없이 해대는 정치인들. 그들은 바로 새정치와 개혁을 외치고 창당한 국민당의 대표이고 대통령후보이며 국회의원들이 아닌가. 순수한 향토의식에서 해본 소리라고 하더라도 이를 듣는 강원도민이나 다른 시도의 유권자들에게는 몹시 귀에 거슬린다. 그들은 구태의연한 수법으로 지지표를 얻기위해 그랬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역효과가 더 크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민도와 국민의 의식수준이 예전에 비해 많이 높아졌다는 변화를 모르고 저지른 실수이다.

이번 기회에 미리 경고해두고 싶은 것은 앞으로 선거운동이 점점 가열되면서 다른 곳에서도 일어날 것으로 보이는 지역주의의 발로이다. 후보들의 면면으로 보아,특히 영·호남간의 지역감정이 다시 유발될 가능성이 높다. 이 점을 전국 2천9백여만 유권자들은 매우 걱정하고 있다.

어느 정당이나 후보나 운동원이든간에 지역감정을 부추겨 얻는 것은 득표전략에서도 이익보다 손해가 훨씬 더 크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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