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오해」 가장 가슴 아파”/「부정후보」입건 불행 없길/한 군수·마 교수 구속 “합당”/선거법 개정시기 「선거후 1년이내」가 바람직… 「간첩단」 연루 피해자는 옥석가릴것▼검찰총장으로 재직하는 지난 2년동안 선거가 세번 있었고,네번째 선거를 치르는 중인 12월5일 총장 임기가 끝나는데,그동안 선거문화가 어떻게 달라졌다고 보십니까.
『그동안 지방자치제 기초·광역의회 선거와 14대 총선을 치렀고,지금 대선을 치르는 중이니 유난히 선거와 인연이 많았습니다. 그동안 검찰은 선거분위기가 혼탁해지지 않도록 불법선거운동 단속에 나름대로 노력을 많이 했고,성과도 컸다고 생각합니다. 당선된 지방의회 의원중 재판을 받고 자격이 박탈된 사람이 기초 21명 광역 5명이나 되고,국회의원 당선자중에서도 지금 5명이 재판중입니다. 선거법을 위반해도 당선만되면 문제가 안 된다는 과거의 통념이 바뀌고 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는 사전선거 운동을 단속하기 시작했는데,선거에서 사전선거 운동을 단속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번 대선은 여러가지 면에서 선거문화가 혁신적으로 달라지는 계기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중립적인 선거관리 내각이 구성되어 공무원이 영향을 못 미치도록 지도하고 있고,국민의 의식도 크게 높아진 것을 느낍니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금권선거이고,인신공격이 난무하는 등 분위기가 혼탁해지고 있긴 하지만,국민수준으로 볼때 잘 풀려가리라고 생각합니다』
▼사전선거 운동에 앞장선 사람은 대통령 후보들이라는 비난이 높았는데,앞으로 후보를 기소하는 경우도 상상할 수 있겠습니까.
『후보들은 앞으로 대통령이 될수 있는 분들이므로 사법처리에 매우 신중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검찰이 사전선거 운동을 단속하기 시작하자 후보들 자신이 자중하여 현재로서는 별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국민적 감각으로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 선거법위반이 있다면 후보도 입건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나,그런 불행한 사태가 오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검찰총장 임기제가 시행된 후 두번째 총장으로 일하셨는데,임기제의 장단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검찰총장 자신이 보다 안정된 마음으로 계획을 세워 일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주변기관·정치권·검찰내부 등에서도 총장이 임기동안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협조하게 되는 것이 이 제도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청탁과 압력이 크게 줄었을 뿐 아니라 부탁을 듣지 않았을 경우에도 임기가 보장되어 있으니 모함이나 압력을 가하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선배들 중에는 2년 임기에 얽매이게 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는 분들도 있으나,검찰은 군 처럼 선후배가 꽉 짜여져 있는 조직이기 때문에 임기가 더 길어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연기군수의 관권선거 부정폭로 사건이후 「양심선언」으로 얻어지는 공익을 보장하기 위해서 양심선언자를 보호하는 법적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법에서는 「폭로」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남의 죄를 알리는 것은 고발이고,자기죄를 알리는 것은 자수인데,두 경우 다 응분의 처벌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자수는 관대하게 처벌할 수 있는 정상참작 사유가 됩니다. 그러나 폭로자 불처벌은 법정신에 위배되는 것입니다』
▼어떤 사건의 사회적 영향을 어느정도까지 고려하는 것이 검찰의 고유업무인가에 대해 국민들은 자주 의문을 갖습니다. 특히 정치적인 성격을 가진 사건의 파급효과를 검찰이 자의적으로 판단하여 사건처리에 영향을 미칠 경우 법처리가 공정치 못하고,특정집단의 이해관계에 관여한다는 인상을 주게 됩니다. 연기군수를 구속하고 충남지사를 구속한 것은 검찰이 지나치게 정치적 고려를 한 것이 아닙니까.
『파급효과를 전혀 고려안한다면 검찰의 존재이유를 스스로 부인하는 것입니다. 여러 수사기관들 중에서 검찰은 정책적인 식견을 마음속에 가져야 하는 집단입니다. 연기군수 사건은 검찰이 특별히 고민해야할 사건은 아니었습니다. 도지사를 구속까지 할 필요가 없다는 것에는 사건을 담당한 대전지검의 평검사에서 검찰총장에 이르기까지 의견이 일치했습니다. 여당 후보와 군수는 죄가 무겁기 때문에 구속했으나,도지사의 드러나 혐의는 격려차원에서 군수에게 1천만원을 주었다는 것뿐 이었습니다. 그가 공무원으로 국가에 봉사한 기간이나 내용,직급을 고려할 때 이 정도 혐의로 구속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 이었습니다. 광복후 선거법 위반으로 도지사를 기소한 것 자체가 이번이 처음있는 일입니다. 그 사건을 너무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언론의 비판 때문에 괴로웠습니다』
▼그정도 혐의로는 구속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선을 앞둔 선거법위반 단속에서도 기준이 되고 있습니까.
『하나의 기준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도지사는 부하를 격려하는 차원에서 군수에게 돈을 준 것이지 유권자에게 준 것이 아닙니다. 유권자 매수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유권자 매수는 액수가 적더라도 엄히 다스릴 것입니다』
▼많은 국민들은 연기군수 사건 뿐 아니라 수서사건,안기부원 흑색선전물 사건 등에서도 검찰의 수사결과를 석연치 않게 받아들이고 있으며,검찰총장 임기제의 효과도 결국 한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명 하시겠습니까.
『의혹이 있다고 말하기는 쉬우나,검찰로서는 증거가 있고 해당 법률이 있어야만 그에 맞는 사법처리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는데도 국민이 의혹을 가질때 안타깝고 괴로웠습니다. 언론이 원망스러운 때도 많았습니다. 민주화가 진전될수록 검찰에 대한 불신은 자연히 사라지리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검찰도 더 노력하고 더 반성해야 할 것 입니다』
▼남한노동당 간첩단 사건이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악용될 것을 우려하는 사람이 많고,이미 이용되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선실이라는 간첩이 십여년이나 재야운동권의 「독지가 할머니」로 자리잡았고,또 그 기간에 선거가 있었기 때문에 본의 아닌 연루자가 꽤 많을 가능성이 큰데,간첩단 사건수사에서도 옥·석을 엄격히 가릴때가 왔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공안기관의 한 책임자로서 이번 간첩단사건에 대해서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간첩이 십여년이나 우리 주변에서 버젓이 활약하는데도 그가 간첩인줄 몰랐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간첩사건이 과거에 정치적으로 악용된 사례가 있다고 느끼는 국민들이 많은 만큼 검찰은 이 사건을 특히 신중하게 다루고 있으며,지금은 국민들이 정치적 악용을 용서하지도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본의 아니게 연루자가 된 사람들이 억울하게 피해를 입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지적에도 동의합니다. 그래서 김부겸씨의 경우에도 이선실이 간첩인 줄 모르고 받았던 5백만원은 입건하지 않았고,나중에 간첩인줄 알고도 받은 돈에 대해서만 기소했던 것입니다. 이 사건을 보면서 우리는 북한체제의 이중성을 다시 확인하고,경계심을 늦춰서는 안되겠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즐거운 사라」를 읽어보셨습니까.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는 마광수씨와 출판사 대표를 구속까지 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충격요법에 너무 집착한 것 아닙니까.
『우리는 되도록 구속수사를 줄이려고 애씁니다. 현재 구속률은 8% 정도인데 더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광수씨의 경우는 검찰이 입건하기 이전에 간행물윤리 위원회에서 여러번 경고를 했으나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고,오히려 내용을 더 음란하게 고쳐 다른 출판사에서 다시 책을 냈기 때문에 엄벌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던 것입니다. 「듣지 못하는 자에게는 이를 느끼게하라」는 말이 있는데,이 경우에 적합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 검찰이 손을 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으나,마광수씨를 기소하기 전에 검찰은 작가,교수,언론인들과 간행물 윤리위원회 등에 자문을 구했고,자문을 종합하여 기소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제 재판에서 사법적 판단이 내려질 것입니다. 나도 「즐거운 사라」를 읽었습니다. 읽고 나서 기소가 옳았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마광수씨 구속은 검찰의 음란물 일제단속에 포함된 하나의 사건일 뿐입니다』
▼선거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일선에서 선거법을 다루면서 선거법을 좀더 손질해야 겠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일일이 열거하기는 힘드나 각 정당들이 더 잘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다만 선거법을 개정하는 시기는 선거후 1년이내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선거가 앞으로 멀리 남아 있어야 당리당약에 덜 영향을 받고,좀더 폭넓게 검토할 수 있을 것입니다』<대담:장명수 편집국 차장>대담:장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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