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도 상업은행 명동지점장 자살사건은 일파만파의 충격속에서 금융계에 도사린 온갖 불법과 부조리를 속속 드러내고 있다. 이씨는 사채업자와 9천7백억원에 이르는 엄청난 CD거래를 일삼으면서 공CD를 발행하거나 CD를 이중 유통시키는 수법으로 은행과 고객자금 2천억원 이상을 유용,금융계 최대의 CD 불법거래 및 자동 유용사건으로 그 진상이 차츰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우리나라에서 손꼽는 시중은행의 핵심지점장으로 있으면서 40개의 통장을 이용,유용한 자금을 세탁하고 거액의 주식투자까지 일삼았다는게 아닌가. 그런데도 자살전까지는 그런 범행이 단 한차례도 적발되지 않았다는 사실이야말로 더욱 놀라운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금융가에 사건여파가 불어닥치고 여론이 들끓기 시작하면서 뒤늦게라도 검찰수사가 시작,범행의 방대한 규모나 CD관리의 문제점 및 금융계 검사기능 부재 등이 노출되기에 이른 것은 그래도 다행스런 일이었다. 검찰수사를 통해 숨겨진 범행진상이 끝까지 추적·공개되고 관련자와 책임자들마저 가려짐으로써 금융풍토 쇄신과 체질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국민적 기대가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성과는 있었다지만 그래도 수사는 아직 시작에 불과한 단계이다. 우선 이씨가 유용한 돈중 9백56억원의 행방이 여전히 미궁이다. 이씨의 재산 1백여억원을 압류해 일부 보전한다해도 엄청난 액수이다.
이같은 범행이 가능하려면 반드시 내부의 묵인·방조나 직무유기도 있게 마련인데 그런 혐의에 대해서도 속시원히 밝혀낸게 아직은 없다. 그래서 지금까지 검찰수사로 드러난 사실중에서도 5대 의혹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등의 소리가 시중에 공공연하다. CD를 집중 매입해온 인천투금의 매입자금 진짜 주인은 누구이며,롯데쇼핑의 대출자금의 진짜 사용처가 어디이며,CD 유출과 공CD 발행과 이중 유통을 묵인한채 내부 공모자는 누구이며,자살전날 이씨가 만났다는 사채업자 김기덕씨와 대신증권간에 숨겨져 있는 문제가 무엇이며,우진전기·희성철강 등 기업과 이씨간의 정확한 거래내막은 또 무엇인가 등등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검찰이 26일 하오 지금까지의 수사결과를 중간발표,사실상 수사를 일단락 짓는다고 한다. 이씨가 CD 이중거래를 통해 사금고를 조성,CD 중개·부동산 및 주식투자 등 불법 자금유용을 해오다 위조CD 파동과 금리인하 등으로 불법 유통 CD대금을 채울 수 없자 자살에 이르렀다는게 검찰의 잠정결론으로,내부 공모자는 없으며 유용자금 행방은 계속 추적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검찰의 잠정결론과 사실상의 수사중단은 국민들에게 또다른 놀라움이 아닐 수 없다. 이같은 방침은 때마침 가짜CD 사건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대선운동기간에 야권에 의해 정치쟁점하되고 있을 뿐 아니라,사건의 후유증이 금융가에 벌써부터 일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마저 나돌고 있는 형편이다.
곪집은 도려내야지 그냥 덮어버리면 병이 덧나게 마련이다. 위조CD 파동과 겹쳐 14조 규모의 CD 유통시장을 마비시키고 감독기관이나 은행의 신용과 관리능력에 먹칠을 한 이번 사건이 결코 예사사건인가. 대선기간 일수록 중단없는 수사와 추적으로 나머지 의혹들을 남김없이 밝혀내고,책임소재도 분명히 가려내는게 오히려 떳떳하다. 검찰의 분발과 지속적 노력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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