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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플루토늄 「핵경쟁」 촉발 우려”(VOA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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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플루토늄 「핵경쟁」 촉발 우려”(VOA 본사특약)

입력
1992.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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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1백톤 수입계획」에 세계가 긴장/핵탄두 1만개 제조가능/“평화이용” 해명불구 의혹/“일 군수기술론 한달이면 무기화”일본의 핵물질 운반선 「아카쓰키호」가 세계의 주시속에서 프랑스를 떠나 일본으로 항진중이다.

일본 경비정의 삼엄한 호위아래 1.5톤에 달하는 말썽많은 플루토늄을 실어나르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실험용 핵원자로의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 이 플루토늄을 프랑스부터 구입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비판자들은 일본이 이 핵연료를 다른 용도에 쏠지 모른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일본은 과연 무엇 때문에 이 플루토늄이 필요한가. 세계 도처에서 의구심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 던지는 의문이다. 이들은 현재 수송중인 플루토늄이 유럽으로부터 근 1백톤의 플루토늄을 사들인다는 일본의 20년 장기계획중 그 첫 회분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플루토늄 1백톤은 미국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의 플루토늄 총량보다 더 많은 양으로 1만개 이상의 핵탄두도 제조할 수 있다는게 이들 비판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일본이 순수한 민수목적이라면 가격이 저렴하고 구입이 손쉬운 러시아산 우라늄을 대신 사용하는게 훨씬 더 나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핵확산 문제에 관한 미국의 저명한 학자들은 이같은 의구심을 일축하고 있다. 이들은 일본이 오랫동안 견지해오고 있는 「핵무기 반대정책」의 철회 가능성을 시사하는 증거는 없다고 역설하고 있다. 일본의 에너지와 안보계획에 관한 여러가지 책을 저술한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정치학과 교수 리처드 새뮤얼슨도 이같은 견해에 동의하고 있다. 『일본의 핵무기 보유 가능성을 내가 부정하는 이유는 일본이 핵무기 계획을 추진한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공식발표는 물론 그러한 핵무기 계획이 진행중이라는 은밀한 증거도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심지어 일본의 플루토늄 수송계획을 가장 맹렬히 비난하고 있는 저명한 국제환경보호 로비단체 「그린피스」(Greenpeace)측도 일본이 핵무기 획득을 시도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것도 현 시점에선 근거없는 것이라는데에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지역안보라는 관점에서 볼때 일본 당국은 플루토늄을 수송하는데 최악의 시기를 택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시기가 적절치 않은 이유로 먼저 일본에서 서쪽으로 불과 수백㎞ 떨어진 북한이 핵무기 제조를 위한 재처리시설을 준비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더불어 북쪽의 러시아 역시 태평양지역에 아직도 엄청난 핵무기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극동지역의 비핵화를 위해 일본이 방사능 물질을 이 지역에다 추가 도입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출신의 피터 스타크 하원 의원도 최근 한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일본의 핵물질 도입계획이 인접국가들의 플루토늄 사용을 정당화시켜줄 소지가 다분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일본으로 순항중인 플루토늄은 일본과 프랑스 그리고 영국 사이에 오래전에 체결된 40억달러 규모의 계약에 의거,일본의 핵폐기물을 프랑스에서 재처리한 것이다. 계약 당시 이 플루토늄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대상으로 민간 핵시설인 「표준증식 원자로」의 연료로 일본에서 사용될 목적이었다. 그러나 플루토늄이 일본에서 소모되는 속도보다 더 빨리 유럽에서 재생산될 것이기 때문에 그중 일정량은 일본에서 비축될 수 밖에 없다고 과학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우라늄과는 달리 플루토늄은 통상무기 제조물질로 간주되고 있다. 때문에 국제사회는 일본측의 순수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이를 하나의 정치적인 신호로 인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새뮤얼슨씨는 고도화된 경제나 선진과학기술 수준으로 인해 이웃나라들은 일본이 언제든지 핵무기 계획을 추진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이 돌연 자체의 핵폭탄을 제조하기로 결정할 경우,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할지 궁금하다. 이에 대해 새뮤얼슨씨는 『한두달간이라는 짧은 기간이면 충분하다』고 단언하고 있다.

일본이 자체의 공식적인 「비핵」 입장에서 벗어나리라고 예측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일본의 플루토늄 비축계획을 불길한 징조로 여기고 있다. 일본의 핵물질 반입이 극동 주변국가들의 의구심과 불확실성으로 연결돼 이 지역의 군비경쟁을 반전시키기는 커녕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개연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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