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형 금융사고설이 꼬리를 물고 떠돌고 있다. 내용도 꽤나 그럴싸하다. 당국에서는 낭설이라고 뒷짐만 지고 있다.서너달 전에 한 재일동포 금융인이 우리 금융계에 대해 결코 달갑지 않은 내용의 경고를 한 적이 있었다. 이건희 신한은행 회장은 일본의 경험을 토대로 『증권거품이 제거된 다음에는 부동산 거품이 꺼진다. 그리고 다음차례는 금리거품의 해소다. 이때는 반드시 대형 금융사고가 터진다. 금융인들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러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정보사땅 사기사건 상호신용금고 사고 CD(양도성 정기예금증서) 사건 등 대형 금융사고가 연이어 터지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올들어 일어난 금융사고가 30건에 사고금액이 약 6천20억원이나 된다.
눈여겨 보아야 할 점은 이들 금융사고의 원인이다. 사고를 하나 하나 뜯어놓고 보면 해당 금융기관 실무자 몇사람의 잘못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것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이같은 근인 못지않게 원인을 눈여겨 보아야 한다. 경기가 흥청망청 좋을 때는 사고요인이 있더라도 큰 흐름속에 묻혀 가시화되지 않는다. 경기가 나쁠 때는 다르다. 저수지의 물이 빠지면서 물밑바닥에 있던 더러운 오물들이 적나라하게 실체를 나타내듯 지금 우리 경제의 거품이 제거되면서 그동안 감춰져 있던 갖가지 사고요인들이 하나씩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하고 있다. 대부분의 금융사고가 모두 증권·부동산 경기퇴조,금리하락과 연계되어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일련의 금융사고가 구조적 현상이라는 지적이다.
이 회장이 특별한 혜안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보다 한발 앞서 거품제거의 아픔을 겪고 있는 일본의 경험을 그대로 얘기한 것 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언제 어디서 금융사고가 또다시 터질지 모를 일이다. 최소한 우리 경제의 구조조정 과정이 끝날 것으로 보이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 마치 지뢰밭을 걷는 기분이다. 문제는 당국의 자세다. 사고가 날 때마다 사고의 원인을 개인적 차원으로만 돌리고 있다. 대책이 한심할 수 밖에 없다. 금융사고의 못자리격인 사채는 아예 손도 못대고 있다.
자금추적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치외법권지역이나 마찬가지다. 고작해야 일선 점포에 대한 특검 강화에 불과하다. 금융감독기관은 올들어 얼마나 많은 특검을 실시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대형사고의 낌새를 한번이라도 찾아낸 적은 없다.
지금의 특검체제는 마치 그물코가 째진 그물과 마찬가지다. 예방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다. 뒷북만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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