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 이중유통 한계 절박감… 자살” 결론/사라진7백6억 행방 미궁으로26일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로 6공 최대 금융사고로 불리는 상업은행명동지점장 이희도씨 자살사건 수사는 근원적인 의문들은 풀리지 않은채 사실상 마무리됐다.
검찰은 지난 1주일 동안 은행감독원의 협조를 받으며 이 지점장이 자살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택하게된 금융사고의 원인과 유용자금의 행방을 규명하는데 주력해 왔다.
그러나 검찰이 도달한 결론은 이 지점장이 CD 이중거래 등으로 유용한 거액의 자금을 사금고 형태로 전용해오다 자금압박을 받고 자살을 했으리라는 추론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즉 이 지점장은 CD 이중유통 등 금융거래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해 유용한 자금을 사채시장 등 어딘가 더 많은 이익이 있는 곳에 빼돌리는 재테크 수완을 발휘했으나 어느 단계에서부터 이같은 자금운용 방식에 구멍이 생겨 도저히 회복할 수 없는 손실을 입게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지점장은 최근의 저금리,주가폭락,가짜 CD 유통의 여파로 평소같으면 보전이 가능했을 실세금리와 금융금리와의 차액,커미션 등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더이상 「CD를 이중 유통시켜 만기도래한 CD를 결제해가는」식의 방식이 통하지 않게되자 자살을 택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특히 최후의 수단으로 공CD(입금액 없는 CD)까지 발행,구멍을 메우려한 절박한 상황에서 사채업자 김기덕씨(43)와 대신증권측으로부터 신용도와 은행자금 유용사실을 추궁받게 되자 자포자기에 이르렀으리란 가설이 이 지점장의 자살정황을 가장 그럴듯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검찰의 추론은 이 지점장의 자금운용에 구멍이 나기 시작한 핵심요인 및 유용한 8백56억원중 7백6억원의 행방규명에 진전을 보지못함으로써 「사실」로 인정받기에는 미흡한 느낌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현제로선 진실은 죽은자만이 알뿐」이라며 「이 지점장이 유용한 자금규모가 워낙 방대한데다 돈세탁의 치밀함 등 으로 수갈래로 퍼져나간 자금의 행방을 추적하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수사의 어려움을 밝혔다.
다만 검찰은 이 지점장이 유용한 자금을 이용,주식매입 등의 방법으로 기업을 개인 기업화한뒤 집중투자하다 경기침체 등으로 거액이 잠기게 됨으로써 자금압박에 시달리게 됐을 것이라는 등 다양한 가능성만을 상정할 뿐이다.
희성철강이 선뜻 백지어음을 이 지점장에게 건네준점,개인의 재산까지 담보로 우진전기에 자금을 대출토록 해준점 등은 이 지점장의 유용자금이 이들 기업과 결코 무관하지 않으리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수사결과 명백히 드러난 점은 동남은행 명의 가짜CD 1백70억원을 위조 유통시킨뒤에 해외도피한 이광수씨 등 가짜CD 위조범들과 이 지점장은 직접적 관련성이 없다는 사실뿐이다.
결국 이 지점장 자살은 지점장이라는 신분을 이용,은행자금을 마음대로 빼돌린뒤 검은 돈놀이로 부를 축적하려한 한 은행가의 비참한 말로로 귀결됐다.<김승일기자>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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