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발 현상아닌 나치부활 노린 의도적 소행”/스웨덴도 파급… 유대인 묘지 훼손사건 발생스킨헤드족을 비롯한 독일내 신나치 세력의 외국인 상대 테러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스웨덴에서도 유대인 묘지 훼손사건이 일어나 극우세력의 준동은 점차 독일 인근국가들로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극우파 청년들은 23일 새벽(현지시간) 독일 북부 슐레스비히 홀슈타인주 뮐른시의 터키인 거주지역내 주택 두채에 약 30분 간격으로 잇달아 방화했다. 이 방화사건으로 10세 소녀를 포함한 일가족 부녀자 3명이 숨지고 9명이 중상을 입었다.
현지 경찰은 화재직후 한 남자가 경찰과 소방서에 각각 전화를 걸어 화재발생 사실을 알리면서 「하일 히틀러」를 외쳤다고 밝히고 이 사건을 신나치 세력의 소행으로 단정했다.
이에따라 이례적으로 연방검찰이 30여명의 특별수사팀을 투입,범인검거에 나섰다. 슈탈 연방 검찰총장은 이 사건을 『나치독재 재현과 헌법과 치안파괴를 획책하는 소행』이라고 규정했다.
독일 언론도 이 사건을 통일후 빈발해온 외국인에 대한 적대행위와는 차원이 다른 「본격테러」로 간주,충격과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묄른시 방화사건에 이어 24일 동부 폴뢰아시에서는 외국인 숙소를 폭파하겠다는 협박이 가해져 60여명의 외국인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도 23일밤 한 유대인 묘지의 묘석 52개가 뽑히고 그중 일부에서 나치 표지가 발견돼 신나치 세력의 외국인 상대 폭력사태가 확산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 테러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는 경제계에서도 나오고 있다. 수천명의 터키계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오펠자동차사는 묄른 방화범에 10만 마르크의 현상금을 내걸고 피해자 유족들에겐 5만 마르크의 위로금을 지급키로 약속했다.
폰 바이츠 제커 대통령과 콜 총리 등 정치 지도자들도 이날 「폭력에의 저항」을 국민들에게 촉구하고 나서는 등 비상한 반응을 보였다. 독일 전역에서는 24일 이틀째 수만명의 독일 시민과 터키인들이 극우테러 규탄시위를 벌였다. 그동안 동독지역에서 주로 발생한 외국인 공격행위는 폭증하는 외국 난민들에게 대한 불만이 작용한 다중시위의 성격이 짙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사전에 계획된 테러인데다 그 대상도 독일에 오랫동안 거주해온 터키인들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전체 회국인에게 공포감을 조성하고 「반 유색인종 전선」을 형성하려는 시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독일내 극우세력이 공통의 이념으로 표방해왔던 외국난민 유입방지나 2차대전 실지회복,유럽공동체(EC)내의 독일 위상강화 등의 주장과는 다른 차원의 심각성을 띠고 있다.
이에따라 독일 언론은 그동안 조직력이 미흡하고 지도부 및 지적배경이 없어 심각한 위협이 못된다고 간주해온 신나치 세력에 대해 다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과격단체 규제법규 강화 등 강력한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분류하는 극우파는 두 집단. 한 부류는 그래도 일정한 이념으로 무장하고 약 5만여명의 당원을 확보,정당등록까지 마친 세력이다. 이들은 신나치주의자들과는 달리 민주적인 절차와 제반 질서를 존중하겠다는 태도를 지니고 있다.
이들보다 경계를 요하는 세력은 2천2백명 정도로 추산되는 신나치 소속의 극우파이다. 이들은 구 동독의 가난한 도시출신으로 뚜렷한 정치적 신념도 없이 감정에 좌우돼 우발적으로 폭력에 가담하고 있다.
독일 경찰은 극우파 집단이 조직이 엉성하고 내분이 심해 아직은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자체 분석을 하고 있다. 그러나 확고한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이들을 한데 묶어 리드할 지도부가 출현하게 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김영걸기자>김영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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