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시장개방 문제에 과민해 가고 있는 것 같다. 시장개방 얘기만 나와도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듯한 자세다. 시장개방 문제에 대해 민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우리의 주곡인 쌀시장의 개방문제가 현안문제로 걸려있기 때문이다.클린턴 미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당선이후 미국의 새정부가 시장개방 압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떠오르더니,이번에는 미국과 EC가 오일 시드(유지 곡물종자콩 땅콩 해바라기 코코넛 등) 분규에 합의한 억세를 몰아 한국,일본에 대해 쌀시장의 개방공세를 강력히 펼것이라는 보도가 나와 긴장되고 있다. 쌀시장 개방문제가 우리 농촌경제에는 사화적 문제다.
쌀은 우리나라의 어느 정부라도 개방하겠다고 나설 수 없는 문제다. 쌀은 농가의 농업소득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그렇치 않아도 우리 농산물은 값싼 중국산에 눌려 국내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 인삼,팥,콩,녹두,고사리,죽제품 등등 잡곡과 특용작물들은 이미 중국산에 무릎을 끊었다. 쌀까지 개방되면 농촌경제를 농외소득의 비중이 낮은 현재의 여건에서는 무너질 수 밖에 없다. 쌀은 또한 결코 손쉽게 바꿀 수 없는 고대로부터의 주곡이다. 식량안보 차원에서라도 보호해야 한다.
이 때문에 노태우대통령 뿐만아니라 현재 전국을 누비고 다니는 대통령 후보들은 하나같이 「쌀 시장개방 절대불가」를 공약하고 있다. 쌀시장 개방문제에 대해 필요이상 과민해질 필요는 없으나 이 문제에 대해 아주 냉철하게 대처해 나가는 것이 긴요하다. 미국과 EC또는 미국을 비롯한 케언즈 그룹(13개 농산물 수출기구)이 쌀시장의 개방문제를 본격적으로 다시 제기하고 나올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해 다각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등 최선의 전략을 세워놓아야 한다. 현재 가트(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의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 제안되어 있는 둔켈(가투 사무총장) 최종안이 쌀시장 개방문제를 직접 다루고 있는 현안이다.
둔켈 최종안은 「예외없는 관세화」를 제안,모든 회원국에게 동의를 요구하고 있는데 쌀 등 모든 농수산물 수입개방 대상으로 수용하되 국내외의 가격 차이는 관세로써 보완하여 수입국의 국내 시장에서 가격 차이가 없도록 한다는 것이다. 둔켈안은 관세율은 당사국간의 합의로 결정토록 제안하고 있는데 처음 설정된 관세율을 7년안에 15% 인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둔켈안은 또한 관세화에 의한 가격평준화와 별도로 93년에 국내 소비량의 3%를 낮은 관세율로 수입할 것을 의무화 하고 있다. 소위 「최소시장접근」이다.
우리와 같은 배를 타고있는 일본은 쌀시장의 개방여부를 놓고 정부내에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대세는 수용하되 개방폭과 속도를 늦추기 위해 둔켈 안을 수정하는 방안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정부는 「개방불가」의 입장을 견지할 수 밖에 없다.
지금으로서는 입장을 달리할 수 없다. 섣불리 이러쿵 저러쿵 할때가 아니다. 정부의 입장에 국민적 합의를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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