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부양책 안쓰면 침체장기화/3% 저성장 구조조정차원 넘었다”/정부/“자생적 경쟁력회복이 관건/침체기일수록 투자늘리는 자세를”『성장률은 다소 낮지만 물가·국제수지 등 안정기조가 조기 정착되는 결과여서 정책 흐름을 바꾸진 않겠다』
25일 최각규부총리는 3·4분기 GNP(국민총생산) 성장률이 3.1%로 급격히 낮아진 것과 관련,향후 경제 운용방향을 이렇게 밝혔다.
올해 연간 성장률이 당초 계획상 목표인 7% 보다 낮은 5∼6%에 머물 전망이 확실하나 이때문에 통화공급 확대 등 내수경기 부양책을 시도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을 확인한 것이다.
분기별 성장률이 3%대로 급락한 것은 많은 국민들에게 『이러다간 우리 경제가 주저앉는게 아닐까』하는 불안과 충격을 안긴게 사실이다.
2차 오일쇼크뒤끝인 지난 81년 2·4분기 성장률이 3.0%를 기록한 이후 11년만에 최저치인데다가 올들어 분기별도로 7.4,5.9%에 이어 급격한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으니 우려가 큰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전경련 등 재계는 당국이 정책기조를 전면 수정해야 할 신호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경련 최창락부회장은 이날 『3%대 지성장은 단순한 구조조성 차원이 아니며 내년 상반기까지 이같은 침체가 장기화될 공산이 높다』고 주장했다.
최 부회장은 『당국의 정책기조 수정이 불가피하며 금리인하를 포함해 기업투자 의욕을 북돋울 대책 수립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가뜩이나 대통령 선거로 정치논리에 의한 경제정책 왜곡 가능성이 높은 시점에 당국의 안정화 시책은 심각한 시련에 부딪친 셈이다.
이에 대해 정부관계자들은 「저성장=경기부양」식 단순접근법은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지 모른다며 보다 신중한 자세를 강조하고 있다.
과거 60∼70년대처럼 정부가 억지로 금리를 낮추고 정책금융 지원을 퍼붓는 식은 기업의 자생적 경쟁력 회복을 위해서도 도움이 안된다는 얘기다.
한 관계자는 『지난해 이후 추진해온 안정화 정착노력이 경제의 거품을 제거하기 위해 단식중인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갑자기 부양책도입 등으로 마구 음식을 먹는다면 그 부작용이 심각할것』이라고 비유했다.
또 지난 89년말 경기회복 단계에서 「총체적 경제위기」라는 재계 요구에 밀려 금리인하 등 부양책을 시도한 결과 부동산투기붐·과소비등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리게 됐던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당국은 현재 예상밖의 개선을 보이고 있는 물가나 국제수지도 내용을 잘 따져보면 아직 취약한 면이 많다고 실토한다.
물가의 경우 해마다 10% 이상씩 값이 올랐던 농산물이 올해는 대풍을 이루어 전반적인 농산물가격이 거의 작년 수준에 머물렀으며 이바람에 올해 물가가 크게 안정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요인이 없었다면 올 연말 물가는 7∼8%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는 것.
국제수지도 경쟁력이 강화돼 수출이 늘기보다 내수위축에 따른 수입 축소로 뒷걸음질쳐 적자규모가 줄어든 요인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빨리 과열되고 빨리 침체되는 우리 경제의 「냄비」 체질때문에 지나친 과열과 급격한 침체가 반복돼온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이번에도 섣부른 부양책보단 진득한 안정기조 고수가 더 필요한 시점이라는 주장이다.
정부 일각에선 『일본 기업들은 경기침체기일수록 투자를 늘리는 반면 국내업계는 호황땐 「봇물」 퍼붓기로 과잉 중복투자를 일삼다가 침체기가 되면 투자를 뚝 끊고 정부의 부양책만 요구하는 실정』이라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유석기기자>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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