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코잘린 원혼들 4백년만에 환국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코잘린 원혼들 4백년만에 환국

입력
1992.11.25 00:00
0 0

◎임난때 희생… 일 코무덤서 봉안식/유해는 간데없고 흙만 남아…/실려간 해로로 내일 부산에【오카야마(강산)=문창재특파원】 코 잘린 원혼들이 4백년만에 고국을 향해 떠났다. 일본땅에서 한줌 흙이 된 임진·정유난 코무덤(비총) 영령들이 소금에 절여진 코로 배에 실려왔던 그 바닷길을 되돌아 고국땅을 찾아가는 것이다.

24일 상오 11시 오카야마(강산)현 비젠(비전)시 코무덤에서 영혼환국봉안의식이 열렸다. 코무덤 호국영령 환국봉안위원회(회장 윤길동) 주관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한일 양국승려 30여명과 한국에서 온 불교신도 80여명,일본측 관계자 현지주민 등 2백여명이 참석했다.

봉안의식에 앞서 한국측 인사들은 코무덤을 파보았으나 유골은 발견되지 않았다. 흙만 항아리에 담아 「임란호국 코무덤 제위영가」라 쓴 위패와 함께 제단에 모셨다.

국화로 장식된 제단 아래에는 한국에서 가져온 사과 배 감 등 제수가 올랐다.

뒤이은 봉안의식은 삼귀의례와 애국가제창으로 시작돼 1시간반만에 사홍서원으로 끝났다. 한일양국 스님들의 독경이 끝난뒤 한국측 봉행위원장 박삼중스님(자비사주지)은 『이제야 모시러온 것을 사죄한다』면서 큰절을 올리고 울음섞인 인사말을 했다.

뒤이어 이 무덤을 관리하고 사당을 재건하는데 앞장선 일본인 하마다 히로시(빈전박)씨가 봉송시를 낭독했다. 붓으로 쓴 자작시를 표구해 들고 나온 하마다씨는 『원혼들이여,고국에 돌아가시어 편히 잠드소서』라고 기도했다.

뒤이어 살풀이춤을 춘 한국무용가이며 배우인 양동숙씨는 이 행사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춤끝에 초혼의 뜻을 담은 고사지를 불살라 원혼들을 위로했다.

봉환위원회는 24일 오사카에서 하룻밤을 묵고 25일 국제페리 편으로 부산으로 떠난다. 세토나이카이(뢰호내해)잔잔한 바닷길을 지나 현해탄을 건너는 동안 배에서는 계속 천도의식이 이어지고 26일 부산에 상륙해서도 또 한차례 성대한 봉환행사가 예정돼 있다.

박 스님은 『영령들을 당분간 부산 자비사에 봉안하고 49일재를 올린뒤 봉안장소가 결정되는대로 영면할 유택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무덤은 정유재란당시 전북지방을 점령했던 비젠(비전) 성주 우키다(우희다수가)가 남원 부안등지에서 순국한 조선병사와 양민들의 시체에서 잘라온 코를 묻은곳으로 전해지고 있다. 묻힌 코가 몇개인지 정확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으나 「많은수」라는 뜻으로 「천비총」으로 일컬어 왔다.

이 무덤은 부산외국어대 일어과 김문길교수가 고베(신호) 대학유학중인 84년 처음 발견해 알려지게 됐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