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준씨(53). 미 역사상 최초의 동양계 이민1세 하원의원 당선자. 성공한 재미교포의 상징이다. 방한중인 그에 대한 국내 인사들의 기대도 자못 크다.24일 상오 7시30분부터 서울 세종호텔에서 열린 김씨의 조찬연설회에는 1백여명이 모였다. 모두 변호사·국회의원·고위관리·재벌그룹 회장 등 쟁쟁한 인사들이었다.
이들은 신화를 창조한 김씨의 정치역량을 이구동성으로 높이 평가했다. 김씨 역시 『미 정가에서 저로 대표되는 한인사회의 발언권은 커질 것이고 앞으로 한국 정부나 기업의 대미로비도 저를 통하면 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성공한 김씨에 대한 국내 인사들의 기대와 김씨 자신의 정치 성향이나 역량 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듯하다.
참석자들은 『클린턴 행정부와의 무역마찰이 심해질 것이 분명한 시기에 김씨 같은 한국인의 미 의회 진출은 한국에 다행스런 일』이라고 큰 기대를 나타냈다.
그렇지만 김씨는 스스로 「미국 유권자가 뽑아준 미국 정치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한국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여러번 약속했으나 무역마찰에서 어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으로 한국을 돕겠냐는 질문에는 머뭇거렸다. 『한국은 쌀시장 개방해야 하며 주한미군 부담금도 대폭 늘려야 한다』면서 미국의 기본 입장을 강조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김씨의 이런 입장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김씨를 비롯한 「성공한 교포」에 대한 우리의 환상이 문제이다. 사실 김씨가 당선하는데 국내에서 도와준 것을 별게 없다. 그의 말을 빌리면 미국내에서도 한국계 못지않게 중국계가 그의 당선을 위해 열성적으로 뛰었다. 그런 김씨에게 한미간 무역마찰에서 무조건 한국편을 들어주길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성공한 교포들이 모국보다는 자신이 살고 있는 나라의 이익을 먼저 생각한다는데 일종의 「배신감」을 느껴왔다. 때로는 그들이 모국을 잊었다는 비난까지 서슴지 않는다. 이제는 그런식의 천진난만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김씨도 이날 연설에서처럼 『슈퍼 301조가 발동돼도 한국은 빼주어야 한다』는 식의 불합리한 발언은 삼가야 한다. 김씨는 자신의 말대로 미국에서 성공한 미국 정치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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