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불황·실업률 증가로 위기감 고조/열쇠쥔 독부정적… 내달 정상회담서 결론【런던=원인성 특파원】 23일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공동체(EC) 월례 재무장관회의는 침체의 늪에 빠져있는 EC전회원국의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한 야심적인 종합경기부양책을 집중 농의 했다. 자크 들로르 EC집행위원장이 구상한 이 종합계획은 약 6백억달러(48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돈을 역내 도로 철도 등 기반시설 건설에 투자,유럽의 경기를 부양한다는 것이다. 재원으론 유럽투자은행과 민간금융을 통해 1백40억달러 가량을 조달하고 나머지는 정부지출의 전용과 민간투자를 유도하기로 했다.
EC가 이처럼 거대한 종합부양책을 논의하게 된데는 전세계적으로 극심한 불황에 빠져있는 경제상황이 유럽에도 예외가 아닐뿐더러 내년에도 경기가 나아지기는 커녕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12개 EC회원국에 걸쳐 9.5%에 달하는 실업률도 내년엔 11%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날 논의된 EC의 종합부양책은 이처럼 깊은 수렁에 빠진 유럽경제에 별도의 대책을 강구해야만 한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들로르의 구상대로 6백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유럽 전역은 물론 세계경제에도 상당한 경기부양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상정된 안은 12월 11,12일 이틀간 영국의 에든버러에서 열리는 EC정상회담에서 최종 결론을 내리게 된다. 하지만 12개 회원국이 합의를 도출해 유럽경제를 구출하기 위한 대역사를 시작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벌써부터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EC의장국인 영국은 그동안 이같은 종류의 제안에 대해 사회주의적인 발상이라며 일축해왔다. 그러나 EC의 각종 사업에 늘 소극적이었던 영국도 이번 부양책에 대해서는 부분적으로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영국자체가 최근 인풀레 억제 등 안정위주의 정책에서 과감한 공공투자를 바탕으로 한 경기부양정책으로 전환한 만큼 EC공동의 촉진책도 필요한 시점이다. 더구나 의장국으로서의 마지막 기여를 하겠다는 의지도 깃들어있다.
하지만 열쇠를 쥐고 있는 독일의 입장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독일 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단계에서는 각회원국이 자국경제의 부양을 위해 독자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밝혔다.
특히 통독 이후 재정 적자에 시달리는 만큼 또다시 빚을 얻어 사업을 벌이는 것은 무리라는 반응이다. 영국의 경제전문가들도 이같은 독일의 입장에 비춰 이 안이 실효를 거두기까지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고있다. 유럽전역이 불황에 시달리는 것은 독일의 고금리정책이 주요원인인데 독일이 또다시 재정지출을 늘리거나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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