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의 잠정추계에 의하면 올 3·4분기의 우리나라 GNP성장률이 3.1%로 급격히 떨어졌다. 올들어 분기별 성장률 추이가 1분기의 7.5%에서 2분기의 6.0%로 하강곡선을 긋고 있는데다가 불항국면이 지속되고 있어 어느 정도의 성장실속은 예견되어 오던터이지만 3.1%라는 급한 수직강하는 적지않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3%대의 성장률은 지난 81년 2·4분기의 3.0%이후 11년만에 있는 저성장이며 이로써 금년도 실질 경제성장률은 정부의 당초 목표인 7%에 크게 못미칠 것으로 전망된다.한은은 3.1% 성장이 과속 냉각임을 인정하면서도 올 한해의 실질 성장률이 6%대엔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6%대의 성장이면 우리 경제가 감내할 수 있을만한 수준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성장률의 급락현상은 경기부양책을 바라는 업계와 경제안정화를 강조하는 정부사이에 또 한번 경기논쟁을 재연시킬 것으로 보인다.
성장둔화의 요인은 첫째 지금까지 고도성장을 뒷받침해 오던 성장 동인이 약화됨으로써 성장의 잠재력이 저하된 것을 들 수 있고,순환적 요인으로는 소비와 건설경기의 진정으로 내수가 둔화되고 설비투자 등이 침체된 것을 들 수 있겠다.
이같은 구조적·순환적 성장둔화 요인을 감안할때 올 성장률이 6%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4·4분기의 성장세가 크게 회복되어야 하겠는데 이에 대한 보장이 확실하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수출증가세가 지속되고 정부의 설비투자 촉진시책이 그런대로 효과를 나타낸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을 경우 4분기의 성장이 3분기보다 나아지리라는 전망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3·4분기중 수출은 11.1%의 증가세를 보였으나 제조업 증가세는 2·4분기의 8.6%에서 3.2%로 급속히 둔화되었고 더욱이나 설비투자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2%나 줄어들어 성장잠재력이 잠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설비투자의 감소현상은 내수위축의 탓도 물론 있겠으나 그 못지않게 기업들의 투자마인드가 극도로 위축된데 기인한 것 같으며 기계류 수입액이나 수주액이 급강하하고 있는 것이 저하된 투자마인드의 뚜렷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성장둔화는 한편으로 물가불안과 국제수지 적자의 개선이라는 거시경제적 불균형 시정에서 그 대가를 찾고 있다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설비투자의 계속적인 감축은 성장의 잠재력을 저하시킬 수 밖에 없다는 사실도 함께 걱정해야할 일이다.
물가안정 기조를 흔들리게할만큼 경기부양책을 쓰라고는 얘기하지 않겠으나 설비투자 회복을 위한 제반정책적 뒷받침과 조치는 조속한 시일내에 추진되어야 옳다. 금리의 하향안정 추세,선진국의 경기회복 등 불투명하기 짝이 없는 요인들을 믿고 성장 잠재력 강화에 소홀함이 있었다가는 정부의 지나친 낙관론 때문에 우리 경제가 망하게 되었다는 비난을 듣게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물가 못지않게 실속성장을 염려해야할 단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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