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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뜨는 「갈증」/정경희 논설위원(선택의 길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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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뜨는 「갈증」/정경희 논설위원(선택의 길목)

입력
1992.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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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 육성에 흥분… 국민과 정치 거리좁혀쌀쌀했지만 맑게 갠 하늘에서 태양이 눈부신 날씨.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후보자들이 첫 유세를 벌인 21일. 경기도 안산전철역에서는 민주당의 김대중후보가 스태프와 경호원으로 보이는 청년들에 둘러싸여 나오면서 환영나온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초지운동장에서는 김 후보가 도착하기에 앞서 유세연설이 시작되고 있었다. 김영삼씨와 결별한 김정길 최고위원이 3당 합당을 비판하면서 말했다. 『위대하신 안산시민 여러분!』 이윽고 마이크를 잡은 김 후보는 박태준·김복동씨의 탈당 등 집안싸움에 흔들려온 3당 합당후의 민자당을 비판하면서 말했다. 『우리가 이기면 김대중이 대통령이 되는게 아닙니다. 국민 여러분이 대통령이 되는 것입니다』

대통령후보가 전철로 유세장에 가고,유권자가 「위대하신 시민」이요 「국민 여러분이 대통령이 되는」 세상. 5년전 5공화국을 끝낸 선거 때에 비해서도 그만큼 달라진 셈이다.

시흥으로 향하는 길에 전국을 누비는 「버스유세」용의 특장버스에 올라 김 후보와 마주 앉았다.

­국민을 위한 개혁이란 으레 불이익을 당하는 층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각당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들은 두루뭉수리로 「모두에게 좋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김 후보께서 주장하시는 「대화합의 정치」는 어떻습니까?

『대화합의 정치란 민주주의를 하겠다는 사람이면 과거를 묻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불로소득이나 일부 재벌,또는 과거처럼 민주주의를 거부하겠다는 군인이 있다면 불이익을 당할 수 밖에 없겠죠』

­우리 경제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를 어떻게 보십니까?

『시장경제를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건을 잘 만드는 것보다 특혜로 돈을 버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관치금융에다 총액임금제같은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 나온 한 보고서는 상품의 경쟁력은 기술과 디자인이 75%를 결정한다고 했습니다. 노임은 결정요인의 5%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철저한 시장경제를 해야 경쟁력이 살아납니다』

­제가 보기에 우리 사회 최대의 문제는 「재벌」이 아닌가 합니다. 나눠먹기식 분배경쟁을 지양하고,근로자의 근로의욕을 되살리기 위해서도 재벌의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각당 후보들은 이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역할분담」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은 경공업을 하고 재벌기업은 중화학공업을 해서 역할을 분담하자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30대 재벌기업들이 한두개의 세계적 상품을 만든다면 우리 경제는 살 것입니다. 그런데 대기업들은 세계적인 상품을 개발하기 보다 부동산투기를 하고 있습니다』

­5년전 선거와 달리 이번 선거는 뚜렷한 쟁점이 없습니다. 따라서 각당 후보들의 공약도 엇비슷한 것 같습니다. 김 후보께서 「이것이다」하고 주장할 공약이 있다면 무엇이겠습니까?

『첫째는 공산당을 합법화하는 것을 제외하고 완전히 민주화하자는 것입니다. 민자당의 민주주의는 「위장민주」이고,민자당 정권은 박 정권 이래 군사정권의 연장입니다. 이제는 수평적 정권이동이 필요합니다. 둘째는 시장경제를 하자는 것이고 셋째는 중진국 다운 복지입니다. 정주영씨는 「재벌해체」를 말하고 있습니다만 재벌해체는 소유의 분산과 전문경영인 체제가 아니고는 안됩니다. 돈벌이와 경제정책은 다른 것입니다』

역시 후보가 유권자앞에 직접 나타나는 유세는 잠들어 있는 정치적 갈증을 불러 일으키고 채워주는 현장이다. 소위 「세몰이」라 불리던 대규모 군중대회 보다 중·소 규모 집회로 선거유세 형태가 바뀌는 경향은 유권자와 후보의 거리를 좁혀주고 있다.

국민은 5년만에 들어보는 후보자의 육성과 눈으로 보는 몸짓에 흥분하고 있다. 국민과 정치의 거리를 좁힐 수 있도록 선거법은 접촉의 기회를 좀더 늘려줬으면 싶다.

김대중후보의 유세장은 야당의 유세장답게 비판의 화살이 날카로울 때 청중의 반응도 적극적이다. 그는 말했다. 여당세력이 국민당·새한국당으로 3분된 이제 민주당이 승리할 것은 확실하다고 했다.

「위임성책」­『정치란 현명한 자를 골라 맡기고,책임을 다하도록 해야한다』고 했다.(기대승). 지금 국민은 그 선택을 해야되는 자리에 서있다.

국민모두 「참여하는 즐거움」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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