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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러시아는 이웃사촌”/이그나텐코(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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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러시아는 이웃사촌”/이그나텐코(특별기고)

입력
1992.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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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친 방한계기 「아태협력」 굳혀한국과 러시아는 지금까지 한번도 적이 된 적이 없다. 이는 세계역사를 대충 더듬어 보더라도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웃 국가간에서는 극히 드문 일이다. 한국과 러시아 국민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신뢰와 호의를 갖고 상대방을 대해왔다. 특히 양국은 지향하는 공통의 목표를 갖고 있다. 그것은 양국이 국가적으로 또 민족적으로 접근해 가는데 무엇보다 좋은 토대가 된다.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9일 서울에서 노태우대통령과 양국간 관계증진의 법적 토대가 될 기본관계 조약에 서명했다. 이로써 한국은 러시아 역사상 처음으로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러시아의 협력파트너로 등장했다. 이는 옐친 대통령의 방한 성과중 가장 중요한 것이다. 필자 개인적으로도 양국이 이번 한­러시아 정상회담을 통해 항구적이고 기대에 넘치는 협력관계의 발판을 확고히 다졌다는데 만족하고 있다.

한­러시아 양국은 그동안 서로를 향해 빠른 속도로 접근해 왔지만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고 믿고 있다. 필자는 한국과 러시아,그리고 구 소련공화국에 살고 있는 한인들의 이름을 수십명 정도밖에 기억하지 못한다. 이들은 최근까지도 자신의 지위와 운명을 걸고,불행한 과거로 인한 양국간의 이념적 장벽과 편견,그리고 스테레오 타입의 벽을 깨뜨리며 앞으로 달려왔다. 따라서 이들과 수백만 국민들에게 옐친 대통령의 한국방문은 잊을 수 없는 중요한 사건이며 역사적인 전환점이었다.

한­러시아간 공동 합의사항과 여타 논의사항은 한국에서도 정당한 평가를 받게 되리라고 믿는다. 일부 합의문서는 향후 양국간 관계증진에 큰 기대를 걸 수 있을 만큼 전망이 밝은 것이다. 대부분의 합의사항은 아직 구체적인 실천 준비단계에 있지만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러시아는 극동지역 국경을 과감히 개발했다. 옐친 대통령으로서는 첫번째 아시아·태평양지역 방문인 이번 방한에서 러시아 대외정책의 최우선 순위가 분명히 밝혀졌다. 지정학적으로 러시아는 부인할 수 없는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의 일부지만 오늘날은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러시아는 아태지역의 역동적인 지역경제협력 분야는 물론 역내 민족간 정치 문화적 교류부문에서도 완전히 참여하고자 한다. 러시아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 각료회의(APEC)와 같은 다자간 정치·경제·안보 협력메커니즘의 구축과 활동에 동참할 준비가 되어 있다.

러시아는 유럽대륙과 아시아 대륙에 걸쳐있는 거대한 국가이다. 러시아는 양대륙을 연결시키는 고리역할을 담당할 운명을 타고 난 것이다.

따라서 러시아는 아시아·태평양 국가의 일원으로 역내 국가운명의 책임 일부를 담당하고 역내 국가간 신뢰구축의 환경조성에 기여할 준비가 되어 있다. 옐친 대통령은 이번 서울방문에서 러시아는 북한에 대해 어떠한 형태의 군사지원도 거부한다고 천명했다. 이것이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러시아가 이 지역에서 추진해 나갈 새로운 대외정책 노선의 핵심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이러한 견해는 전적으로 필자 개인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필자는 확신한다. 그리고 그러한 확신의 근거는 간단하다. 옐친 대통령이 서울을 방문했을 때 필자의 둘도 없는 한국인 친구의 부인이 생일을 맞았다. 필자는 한국에 있는 친구와 그의 부인에게 생일선물로 샴페인과 축하메시지를 보냈다. 필자는 그 편지에서 부인 연순씨를 「마야 시스트라(나의 여동생)」로 불렀고 남편을 「브라트(남동생)」라고 썼다.

그들도 서울집에서 친척들과 친구들이 모인 생일 축하연에서 우리 「모스크비치」(모스크바시민)가 마치 자신의 가까운 친척이라도 되는 것처럼 우리를 위해 건배를 하리라고 믿는다.

그리고 갑자기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서울에서 『우리의 이웃­이웃사촌들』이라고 한국인들을 부르는 소리를 듣는다. 보리스 니콜라예비치(옐친 대통령)가 국가간의 우호협력 관계를 지칭하면서 그처럼 진지하게 이웃사촌이라는 용어를 쓴 기억이 없다. 필자는 한국과 러시아 국민이 서로 이웃사촌이 되는 커다란 전환점을 맞은데 대해 이를 환영한다.

그리고 한국과 러시아의 지도자들이 양국관계를 그러한 수준으로 끌어 올려준데 대해 흐뭇하게 생각한다.<이타르 타스 통신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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