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와 타협 안해” 대중관계 재정립 천명/양국 관계 냉각되면 한국등 주변국도 영향【뉴욕=김수종특파원】 세계는 지금 얼마간 불안한 시선으로 빌 클린턴 미 대통령 당선자가 택할 외교노선을 기다리고 있다.
클린턴이 국제무대에서의 경험은 전무하다시피 하지만 새 행정부 외교정책의 기조를 최우선으로 자국이익에 맞출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민주당 정권 출범으로 아시아에서 가장 불안해 하는 나라중 하나는 중국이다.
민주당 후보 지명 수락연설에서 『바그다드에서 북경에 이르기까지 독재자를 꼬드기지는 않겠다』고 천명할 정도로 중국에 대해 단호함을 보여왔던 클린턴은 인권문제는 물론 군축,시장개방에 있어 부시보다 훨씬 강경한 입장을 취할 전망이다.
클린턴은 대외정책에서 현상유지와 현상타개 전략을 병행할 전망인데 중국은 현상타개 정책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클린턴은 기본적으로 중국을 독재자가 지배하는 나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클린턴이 중국의 민주화나 인권문제와 관련해 행사할 카드는 무역제재이다. 무역제재야말로 북경 정부를 가장 곤혹스럽게 만들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클린턴은 19일 의사당에서 민주·공화 양당 지도자들과 만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국을 고립시키지 않고 시장개혁을 계속 추진하도록 도와야 할 것이지만 인권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진전이 있어야 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대중국 압력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지난 89년 천안문 사태이후 냉각된 미·중간의 정치관계에도 불구하고 부시 대통령은 어쨌거나 중국을 감싸고 돌았다. 북경측의 인권유린을 규탄하는 의회의 대중국 무역제재 상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며 계속 보호해 주었다. 이 덕분에 중국은 광대한 미국 시장을 상대로 수출 주도형 경제성장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작년 양국간의 무역규모는 3백40억달러.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무려 1백60억달러에 이른다. 중국의 올 경제성장률은 12%로 지난 78년 이래 평균 8%의 초고속 성장을 유지해 왔다.
세계은행은 서기 2000년에는 중국의 경제규모가 현재보다 2배 확장돼 미국·일본에 이은 세계 제3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중국의 경제성장에는 현재 미국으로부터 받고 있는 최혜국대우(MFN)가 필수적 전제조건이다. 따라서 중국은 클린턴의 눈치를 살필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미국으로서는 최혜국 대우라는 카드를 활용한 무역제재가 대중국 압력에 효과적인 방법임에 틀림없지만 현명한 방법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의 혼란은 세계의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이 만일 중국의 수출에 타격을 주는 조치를 취할 경우,실업증가 등 사회불안이 발생해 중국 정부가 극단적인 보복을 강행할 수도 있다고 걱정하는 여론이 만만찮다.
실제로 북경측은 미국이 압력을 가할 때마다 비행기는 「보잉」 대신 유럽의 「에어버스」를 구입하고,곡류는 호주나 캐나다로 수입선을 돌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아왔다.
미국의 업계는 북경에 대한 섣부른 제재는 실패를 자초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클린턴의 아시아 문제 참모인 리처드 홀브룩은 중국을 고립시키는데는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년초 클린턴의 백악관 입성후 그려질 대중국 외교의 청사진은 국익우선의 신세계 전략적 차원에서 이해돼야할 것이다.
하지만 그 모습이 어떤 형태를 취하든 한국·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서는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미국과 중국간에 냉각관계가 생긴다면 가장 가까운 주변국인 한국으로서는 불편한 일이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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