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금융기관 「가짜」색출 비상/“위조어음 대량유통” 설까지/“지하자금 연결고리 이번기회 끊어야”금융시장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가짜 CD(양도성 예금증서)가 잇달아 발견되면서 그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데다 위조 어음까지 등장했으며 더구나 가짜는 물론 진짜도 변칙 불법 유통되고 있어 금융시장 전체가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올들어 터진 대형 금융사고만 해도 지난 7월의 정보사 땅 사기사건에 이어 경기 송탄금고사건,상업은행 명동지점 및 가짜CD사건 등이 꼬리를 물고 있어 금융계의 대혼란이 침체를 못 벗어나고 있는 경제 전반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CD는 무기명으로 언제든지 남에게 넘길 수 있을 뿐 아니라 즉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인데 가짜가 무더기로 나돌고 있다는 것은 곧 위조지폐가 대량 유통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때문에 은행단자 증권사 등 전금융기관이 가짜를 찾아내기 위한 대대적인 자체점검을 하느라 부산을 떨고 있고 CD 등을 갖고 있는 고객들은 자기 것도 가짜가 아닌가 해서 불안해 하고 있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일투금에서 1백70억원 어치의 가짜CD가 추가로 확인된데 이어 롯데상사와 모건설회사의 상업어음도 가짜가 유통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써 지금까지 드러난 가짜CD는 3건에 모두 1백94억원이지만 증권계는 최소 1천억원에서 3천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가짜가 얼마나 더 있는지는 해당 금융기관은 물론 관계당국도 전혀 감을 못잡고 있어 혼란과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관계당국자는 지난달 28일 조흥은행 반도지점을 통해 롯데상사가 신진화물에 지급한 5천만원짜리 상업어음이 위조어음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모건설사가 하도급업체인 B전기에 지급한 상업어음을 위조한 어음이 10월 중순 나돌기도 했다. 명동 사채시장에는 이들 어음 외에도 액면금액 1억원짜리 3장,5천만원짜리 10여장 등 위조어음이 유통되고 있다는 풍문이 나돌고 있다.
현재 확인된 가짜 CD는 세가지로 모두 위조 수법이 다르다. 최근인 18일 발견된 동남은행 가짜CD는 당국의 지시를 받고 한일투금이 갖고있던 것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드러났다. 이 CD는 동남은행 광화문지점에서 발행한 것을 복제한 것으로 원본과 색상·발행지점장의 직인이 다르며 인쇄용지 자체가 진짜보다 작았다. 지난 9일 맨 처음 발견된 동화은행 가짜CD는 사채업자 황의삼씨(54·한미실업 대표·해외도피)가 인쇄업자를 시켜 위조한 것이다. 서울신탁은행 가짜CD는 해동상호신용금고가 개인에게 담보대출을 해주면서 받아둔 것으로 위조범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CD는 발행규모가 14조원에 달하고 20조원의 회사채까지 포함하면 34조원에 이른다. 이러한 대규모 금융시장에 사건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것은 이들 제도권 금융기관이 지하자금의 집합처인 사채시장과 연결돼 있기 때문. 가짜CD나 위조 어음 모두 사채시장에서 사채꾼들이 만들어 내고 있고 유통시키기도 했다. GNP의 20%에 달한다는 지하자금과의 연결고리를 이번 기회에 끊어놓지 않으면 금융사고는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른다는 지적이다.<이백규기자>이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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