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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점괘­누가 이길까?/김창열칼럼(토요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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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점괘­누가 이길까?/김창열칼럼(토요세평)

입력
1992.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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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대선의 막이 오른다.사람이 모이는 자리마다,조금은 성급한 화제가 무르익는다.

­누가 이길까?

화제는 나름의 표 분석까지 곁들이며,열기를 더해 간다. 그러나 결론은 대개 한군데로 낙착이 된다. 싱거운 한마디가 많은 사람의 동의를 얻는다.

­그야 뚜껑을 열어 봐야 알지.

선거 예측이란 본디가 그런 것이다. 그 결과는 아무도 장담 못한다. 언제 어떤 변수가 생겨서,사태가 뒤집힐지도 모른다. 그런 줄은 정치하는 사람들이 더 잘안다.

그래서 선거때가 되면 용하다는 사람들이 메뚜기 한철을 맞는다. 그들을 빙자한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 듣자니,어떤 후보는 임금님 상이라고 한다. 다른 후보는 험한 고비를 다 넘겼으나,이제는 운수대통이라고 한다. 하다 못해,또 다른 후보는 집터가 명당이라는 말까지 들린다.

맹랑하다 싶지만,이런 말을 퍼뜨려서 분위기를 집는 것도 선거전술에 든다. 전에는 「운명철학가」들의 여론을 휘어잡기 위한 공작이 없지 않았다고 한다.

이래저래 「선거의 계절」은 「점괘의 계절」이나 다름 없어진다. 그것은 한치 앞도 알 수가 없다는 우리 정치의 속성과 무관하지 않다.

정치란 본디 벤처 비즈니스(모험기업)를 닮은데가 있다. 남의 돈으로 일을 벌여서,히트 한번 하면 큰 것을 얻는다. 자칫 패가망신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성패를 가를 선거란 것이 또 철두철미한 제로 섬(영화) 게임이다. 살기 아니면 죽기뿐인 그 결말은,거의 숙명적인 것으로 받아 들여진다. 선거철 정치꾼은 그래서 「약한 자」일 수 밖에 없다. 점괘를 받아보고 일희일비한다.

이런 것은 개개 정치꾼의 행태만은 아니다.

87년 대선뒤에는 이런말이 돌았다. 선거 날짜 택일에 얽힌 소문이다.

말인즉,청와대의 어떤 사람이 용하다는 사람을 찾아가 물어 보니 「12월16일은 크게 길하나 손이 귀하다」,「12월17일은 크게 길할 것은 없으나 손이 많다」고 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선거일을 12월16일로 잡았는데,과연 여당후보가 당선됐다. 대신 그다음 총선은 여소야대로 끝이 났다. 「손이 귀하다」는 점괘 그대로라는 얘기다.

선거결과는 누구나가 미리 알고 싶은데,그 예측은 종잡을 수가 없다. 그러니 선거가 있는 곳이면,유럽이건 미국이건,어디에나 점괘가 나돌 소지가 있다.

다만 미국 사람들은 미국 사람답게,그 점괘에 과학의 옷을 입히려 한다. 이른바 선거예측 모델을 찾는 것이다. 지난 9월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 정치학회에서 새로운 예측 모델보고가 3건이나 있었다는 것이 그 단적인 예다. 통계학을 원용한 새 모델이 복잡한 수식을 풀어보니,둘은 클린턴 승리를,하나는 부시의 신승을 점쳤더라고 한다. 역시 맞으면 신통하고,안 맞으면 그만인 것 같다.

그래서 아예 징크스(징조)가 자주 거론되는 것이 미국의 대선이다.

예컨대,미국 대선은 키 큰 후보가 이긴다.

검증해보면,20세기 들어 지금까지의 24차례 미국 대선중 22차례를,키 큰 후보가 이겼다. 예외는 신장 1백76.5㎝인 카터 후보가 신장 1백83㎝인 현직 대통령 포드를 이긴 76년 대선뿐이다. 지난번 부시­클린턴 대결에서는 두 사람이 모두 신장 1백88㎝여서 예상 승률을 5대 5,대신 신장 1백67㎝ 남짓의 단신인 페로는 그것만으로도 예상 승률 제로­.

또 우스개 같기는 하지만,성명철학도 등장한다. 그 미국식 성명철학은 두 갈래다. 하나는 이름에 같은 글자 둘이 나란히 들어 있는 후보가 이긴다,다른 하나는 이름이 「N」으로 끝나는 후보가 이긴다는 것.

예를 들어,20세기 들어 재임한 미국 대통령 16명중 루스벨트(26대와 32대),쿨리지(30대),후버(31대) 등 4명은 이름에 「O」 둘이 겹쳐 있다. 또 한사람 케네디(35대)는 「N」이 둘이다. 이밖에 이름 끝자가 「N」인 대통령이 윌슨(28대) 투르먼(33대) 존슨(36대) 닉슨(37대) 레이건(40대) 등 5명이나 된다.

그러나,지난번 선거에서 클린턴이 부시를 이긴것은 성명철학에 비추어 당연하다. 예외가 있다면 아이젠하워 대통령(34대)이 스티븐슨 후보를 이긴 52년과 56년의 두차례 선거뿐이다. 60년 선거는 케네디와 닉슨이라는 강한 이름끼리의 대결이라서 대접전이 벌어졌다고,이 징크스는 설명한다.

믿거나 말거나,선거철 점괘가 많은 것은 선거가 대사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한판에 건 후보자와 정치집단만이 아니라 나라의 앞날이 선거에 달려 있다. 일반 국민들의 성급한 화제가 이상할 것은 없다.

얼핏 듣기에,그들의 화제는 선거를 경마보듯 한다. 이른바 대선후보를 안주 삼는다. 맹랑한 선거 점괘를 우스개처럼 퍼뜨린다.

그러나 그들의 속 깊은 관심은 우스개가 아니다. 그들은 지금 선거과열,금권·관권개입 등 걱정 어린 눈으로 대선개막을 지켜본다. 후보들의 선거행태를 날카롭게 살핀다. 한국일보와 미디어리서치가 함께 실시한 여론조사(한국일보 20일자 1·5면)에서,조사대상자 42.3%가 대선이후를 밝게 보지는 않는다는 사실,81%가 투표참여를 다짐했으나,44%가 부동표로 남아 있다는 사실 등이,그런 심정의 일단을 말해준다. 그들이 꼽는 지지후보 결정기준의 으뜸이 도덕성과 정직성(31%)인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민심이 천심이라면,이것이 바로 이번 대선의 으뜸가는 선거 점괘다. 이른바 대권을 쫓는 사람들은 이 점괘 앞에 겸손해야 하고,승복할 줄을 알아야 한다.<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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