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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짜리 위폐」 춤추게한 책임(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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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짜리 위폐」 춤추게한 책임(사설)

입력
1992.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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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CD(양도성 예금증서) 유통사건이 시간이 흐를수록 다발하면서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나 사채와 허술한 CD거래에 의존해온 금융시장에 엄청난 태풍이 불어닥치고 있다. 금융당국이나 은행들은 처음 위조범 1명의 소규모 범행으로 안이하게만 여겨오다 불과 1주일 남짓동안에 상업은행 명동지점장 자살사건과 직접 관련이 있을뿐 아니라 유통주인 위조CD 규모가 수백억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자 뒤늦게 허둥대고 있는게 무척 한심스럽고 안타깝기도 하다.가장 걱정스럽게 여겨지는 것은 금융 당국이나 일반 국민들이 그동안 무분별한 CD유통이 필연적으로 몰고 올 오늘과 같은 사태를 미리 점검하고 걱정조차 않은채 방치해왔을 뿐 아니라 사건이 이미 터진뒤에도 그 엄청난 파괴력을 가볍게 여겨왔다는 사실이다.

위조CD란 무언가. 쉽게 말해 위조지폐와 다름이 없다. CD가 말로는 예금사실을 증명해주는 증서일 따름이라지만 무기명에 양도와 유통이 가능하고 보면 사실상 돈과 다름이 없고,1만원권이 최고한도인 보통 돈과 달라 최저 액수가 5천만원이나 되는 돈중에서도 엄청난 돈인 것이다. 그런데도 위조지폐가 발견되면 으레 비상을 걸고 긴급수사에 나서는 금융 및 수사당국이 「1억짜리 위폐」가 나돈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어쩌면 그렇게 태연자약할 수 있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과거 증권 유관기관들이 방만한 CD발행 관행에 문제가 많으므로 양식·규격을 통일시키고 입금전 선발행을 없애야 한다고 건의한 것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묵살당했음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더욱 문제되는 것은 첫 위조 CD가 적발된뒤의 대처이다. 재무부나 은행감독원이 금융 비상사태라도 선언,CD 유통을 잠정중단 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긴급 실태조사에 나서고 검찰에 전국 규모의 수사를 의뢰하는게 마땅했는데도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그사이 자살 전날 이희도지점장은 또다시 CD 1백억원어치를 불법으로 빼돌려 사채업자가 매각,96억원을 고스란히 챙기는게 가능했을 뿐 아니라 위조 CD불법 발행 및 거래에 관련된 위조범 일당과 사채업자들이 잠적할 시간만 제공한 결과를 빚기에 이르렀다.

이같은 금융당국의 무책임한 처사야말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다못해 금융질서의 근본을 파탄시키는 어리석음을 저지른 것이어서 그 책임을 면키 어렵다 하겠다.

아울러 이번 사태는 우리 사회의 각 부문 특히 금융분야에서 다양화하는 민주사회에 적응하는 기본적인 조직관리에 아직도 엄청난 허점이 도사리고 있음을 심각히 경고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각 분야별로 진지한 반성과 철저한 점검,신속한 개선이 더욱 절실해진 시점이다.

구체적으로는 금융당국이 이제야 뒷북을 치고 있는 규격이 통일된 CD의 조폐공사 발행,입금제 선발행금지,철저한 확인절차 마련,금융자체 점검 체계강화 등 CD의 위조 및 불법거래 대책을 지금부터라도 철저히 실천해야 한다. 아울러 오늘의 CD말썽이 사채를 끌어들여서라도 수신고를 올려놓고 보자는 잘못된 은행의 변칙 불법관행을 방치한데서 비롯된만큼 그런 잘못된 관행도 당장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금융실명제의 실시로 금융질서를 근본적으로 바로잡는 과제도 남아있다.

수사당국은 달아난 위조범과 관련 사채업자들을 끝까지 추적하고,범행전모를 밝혀내야 할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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