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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냉전/김수종 뉴욕 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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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냉전/김수종 뉴욕 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2.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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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친 대통력의 한국 방문소식은 미국에서도 적잖은 뉴스가 되었다. CNN 방송은 옐친이 비운의 대한항공 007기 불랙박스를 들고 서울에 왔다고 보도했다. 또 뉴욕 타임스는 옐친이 소련 민주주의의 사활이 걸린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을 방문하는 것이라고 전했다.추운 겨울을 앞두고 미국의 식자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국제 문제가 있다면 옐친 대통령이 과연 시장경제를 성공적으로 착근시켜 민주주의 동반자로 안전한 세계를 함께 유지해나갈 것이냐 하는 점이다. 그러나 미국도 이번 선거를 계기로 미국의 국내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는 대중적 요구에 밖으로의 관심은 일단 제쳐두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런데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19일자 뉴욕 타임스 기고에서 『만일 옐친 대통령이 실패한다면 러시아는 다시 독재체제로 복귀하고 세계는 핵전쟁을 걱정해야하는 제2차 냉전시대를 맞을지 모른다』고 경고해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봄 닉슨은 부시 대통령이 옐친정부에 대한 경제원조에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자 이를 신랄히 비판해서 정부의 노선을 바꾸게 한적이 있다. 닉슨은 클리턴 행정부가 옐친을 돕지않아 러시아가 핵무기를 가진채 독재체제로 복귀할 경우 미국은 다시 국방비를 늘려야 하는 등 소위 모처럼 얻은 「평화 배당금」을 잃어버리게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닉슨의 「2차냉전」 경고는 마침 옐친을 손님으로 맞은 한국인들도 가슴깊이 새겨둘만한 말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국인 만큼 냉전의 피해를 입은 나라도 이 지구상에 없다.

만약 닉슨의 예언대로 러시아가 옛날의 소련과 비슷한 독재 국가로 복귀한다면 한반도의 운명은 다시 고래싸움에 등터지는 새우신세가 될 것이다.

옐친의 민주 러시아 재건을 돕는 일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가치있는 일이고,또 한국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전략이기도 하다.

단순히 북한을 고립시키거나 견제하는 방편으로 삼는다는 저차원에서만 생각할 일은 아니지 않을까. 블랙박스를 싸들고 서울을 찾아 온 옐친 대통령은 다급한 일면도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접근방법이 난해한 중국의 태도나 편협한 일본의 태도에 비하면 얼마나 솔직 과감한 것이다.

닉슨의 2차냉전 경고는 클린턴 행정부뿐 아니라 내년 2월 들어서는 한국의 신정부로서도 경청할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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