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토,연정일부 이탈조짐 “재기호기” 판단/정부,강경대응 일관 파국자초정치적 재기를 노리며 반 정부집회를 주도하던 파키스탄의 야당 지도자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39)가 피체,압송된후 파키스탄 정국은 예측불허의 혼미상태에 빠져들었다.
부토는 지난 18일 파키스탄 북부 펀자부주 라발핀디에서 집회금지령이 내려진 가운데 지지자들과 함께 가두행진을 벌이던중 경찰에 체포돼 카라치로 압송됐다.
체포 과정에서 「하얀 차도르」의 여걸 부토는 지지군중에게 끝까지 투쟁할 것을 촉구했고 이에 흥분한 일부 시위대가 발포로 저지하는 무장병력과 충돌,상당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밖에 북서부 페샤와르에서도 현정권 퇴진과 조기총선을 요구하는 반 정부 시위대가 진압경찰과 충돌하고 수도 이슬라마바드 곳곳의 도로가 폐쇄되는 등 파키스탄 전역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는 지난 90년 8월 총선 승리를 통해 집권한 나와즈 샤리프 총리 정권의 최대위기 상황이다.
이번 유혈충돌의 근본 원인은 군부를 등에 업은 샤리프 총리의 이슬람민주동행(IDA)과 친서방 성향인 부토가 이끄는 파키스탄인민당(PPP) 사이의 자제력을 잃은 힘겨루기에서 비롯됐다.
부토는 샤리프 총리와 아샤크 칸 대통령,군부 등을 주축으로한 반부토 회교 연정 세력중 일부가 최근 이탈할 조짐을 보이자 이를 자신의 정치적 권토중래를 위한 결정적 회기로 삼은듯하다.
우선 파키스탄 인민당과 다른 3개 야당을 파키스탄민주연합(PDA)으로 한데 묶어 세력결집을 꾀한뒤 곧바로 장외투쟁이란 카드를 택했다.
이에대해 현 정권은 구타·체포·압송 등 초강경 맞대응으로 일관했고 심지어 시위대에 발포,유혈참극의 자충수를 두고 말았다.
이런 차원에서 볼때 부토의 이같은 정치행보는 일단 성공을 거둔 셈이다. 부토에게 가해진 곤봉세례와 사실상 투옥이나 다름없는 가택구금은 군중을 자극하는 결과가 됐다.
부토의 노림수에는 또한 미국의 정권교체에 대한 계산이 포함돼 있다. 즉 클린턴의 민주당 정부가 부시때보다는 인권문제에 훨씬 적극적인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점을 부토는 계산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90년 부패혐의로 총리직에서 밀려난후 와신상담해온 「복수의 천사」 부토의 재기가 그의 뜻대로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평소 그의 민주화 개혁을 기득권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해온 50만 파키스탄 군부의 비토와 지난번 선거에서 대패해 원내 소수세력으로 전락한 파키스탄 인민당의 정치력 한계가 부토가 극복해야할 난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김영걸기자>김영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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