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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4억규모… 변칙대출수단 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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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4억규모… 변칙대출수단 악용

입력
1992.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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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잡한 인쇄용지에 거액유통 “사고 무방비”/“합법적인 사채놀이”… 당국 규제수단 전무엄청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은행 CD(양도성 정기예금증서)는 제조 자체로도 문제점이 많았을 뿐 아니라 금융 관행으로서도 원래부터 대형 금융 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었다. 발행에서 유통에 이르기까지 사채업자가 합법적으로 끼여들어도 금융당국이 손을 쓸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또 수억원(최저 5천만원)의 현금이나 마찬가지인 「돈표」가 조잡한 인쇄용지에 의해 거래되고 있어 가짜CD의 출현은 시간문제였다. 특히 CD 자금은 정부 당국의 통화관리 대상(총통화,M2)에서 제외되어 있고 한은의 지준관리도 받지 않아 은행 일선 점포에서는 변칙 대출의 주요수단으로 악용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CD는 간단히 말해 은행의 정기예금을 사고팔기 쉽도록 금액과 기간에 따라 규격화해 놓은 금융상품. 정기예금과 채권(금융채)의 장점을 혼합해 놓은 것이다. 금리는 자유화되어 있고 현재의 발행 금리는 연 12.0% 수준. 무기명 이어서 발행은행은 만기시의 최종 소지자에게 원리금(이자 선취시는 원금)을 지급한다. 만기전에 중도해지가 불가능 하다는게 정기예금과 다르다. 따라서 CD소지자가 급전이 필요할 경우 CD 증서를 사채업자 등에게 할인해야 한다.

○…문제는 예금 유치경쟁을 하는 은행점포와 급전을 쓰려는 기업,고리로 돈놀이를 하는 사채업자 등 3자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애초부터 CD가 약용될 소지를 안고 있었다는데 있다. 기업이 사채업자와 미리 사전약조를 해놓고 은행으로부터 CD를 매입,이를 사채업자에게 할인하는 경우가 그렇다. 이 경우 사채업자가 기업에 빌려준 자금이 은행 수신으로 고스란히 잡힌다. 기업은 급전을 조달하고 사채업자는 고리의 돈놀이를 해서 좋다. 그대신 기업은 웃돈(발행 금리와 할인금리와의 차이)을 부담해야 한다. 기업으로서는 소위 CD꺾기를 당한 셈이다. CD가 이처럼 사채 자금중개(예금 유치경쟁)와 꺾기의 수단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그러나 서류상으로는 흠잡을 곳이 없어 은행감독원이 적발하기가 아주 어렵다.

○…CD사고는 CD자금이 은행에 입금되지 않은 상황에서 CD증서가 발행될때 터진다. 「공CD」(무자원 발행 CD)가 바로 이것이다. 공CD는 은행이 고객의 예금통장에 돈이 없는데도 보증수표를 발행한 것이나 똑같다. 상은 명동지점에서와 같은 CD거래 관행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선 은행점포에서 일반화된 현상임을 감안하면 불법적인 CD거래액이 엄청난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CD 총잔고는 약 13조5천억원. 공CD는 발행은행이 모두 변상해야한다.

○…CD는 통화 관리면에서도 큰 허점을 노정시키고 있다. CD대출은 총통화(M2)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제아무리 M2를 기준으로 통화긴축을 한다해도 은행이 CD대출을 늘리면 시중통화는 확대 될 수밖에 없다. CD는 지준 대상도 아니어서 한은에서도 관리할 수 없다.

○…가짜 CD사건도 사실상 방치된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은행마다 각기 다른 용지를 사용하여 유통시키고 있기 때문에 위조 하기가 쉬웠다. 외국은행 발행의 CD용지가 가장 조잡한 것으로 알려져 금융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CD소지자 가운데 상당수가 가짜 인지도 모르고 있다가 이제야 부랴부랴 확인하는 소동을 벌이고 있다.현재까지 확인된 가짜 CD는 약 1백억원이지만 피해규모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이백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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