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오늘은 대통령선거의 날이다.5년간 국정을 이끌 새지도자가 선출된다. 김영삼,김대중,정주영 등 민자,민주,국민 등 3당후보들 가운데 누가 청와대의 새 주인이 될것인가. 안팎의 국면은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을 요구한다. 전후 반세기 동안 동서냉전의 와중에서 안팎으로 격동의 역사를 살아온 우리에게 정치사의 굴곡마다 중요치 않을 때가 없었다.
앞으로의 5년도 결코 가볍지 않다. 연력으로 보아서는 2천년대로 이어지는 징검다리다. 정세로 봐서는 외교·안보면에서 미소 냉전체제 붕괴이후의 신질서가 어떤 형태로든 정형화되는 과도기가 될것이다. 유일한 세계초강대국인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 빌 클린턴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선다.
그런가하면 국제경제는 「공존속의 경쟁」이 격화될 것이 분명하다. 클린턴 미 대통령 당선자의 가장 유력한 경제참모의 하나인 로버트 라이히교수(하버드대)는 경제의 국경이 사라졌다는 전제아래 미국의 경제재건책을 전개한다. 시·공간을 초월한 만인의 경쟁이고 무한경쟁이다. 믿을 수 있는 것은 자신의 국제경쟁력이다.
세계의 정치·경제상황이 급변하는 가운데 나라마다 경제문제의 타결이 제1의 우선과제다. 미국,일본,프랑스,영국,독일 등 선진국들도 모두 힘든 난제를 안고 있다. 정권이 걸려있다. 시장경제로의 체제전환의 진통을 겪고있는 러시아는 전도예측이 어렵다. 신흥공업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동남아와 중국만이 「압축성장」의 활력으로 충일하다.
이러한 전환기의 불확실성시대에 3후보들 가운데 누가 한국경제의 재건에 가장 적임자인가. 우리는 이제 또다시 시행착오를 가질 여유가 없다. 88올림픽경기와 같은 과열경기와 부동산·증권투기 및 과소비 열병이 다시 찾아온다면 한국경제는 끝이 시작되는 것이다.
유권자들의 객관적인 판단이 요구된다.
3후보와 정당은 유권자들의 식별을 돕게 정강과 공약의 차별화를 부각시켜 주었으면 한다. 선심의 경연인듯한 현행의 3당공약은 세쌍둥이 같다.
보수성이 지배적인 사회에서 3당의 정강·정책이 보수적인 것은 당연하다. 물가를 보면 2년내 3%(민자·민주),1년내 3%(국민)로 돼있고 국제수지는 94년부터 흑자(민자),2년내 흑자(민주),3년내 3백억달러 흑자(국민)로 돼있다. 과학기술은 98년까지 GNP(국민총생산액) 5% 투자(민자),GNP 5% 투자(민주),총예산 10% 투자(국민) 등으로 돼있다.
경제안정·국제수지 흑자·과학기술에의 집중투자 등 모두가 교과서적인 정책처방이다. 목표 또한 정도의 차이가 있으나 의욕적이다.
공약으로서 공통된 결함은 정책목표 달성에 필요한 수단에 대한 논리적 명시가 없다는것.
이 때문에 공약은 신뢰성과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선거공약은 원래 정치성을 띠게 마련이라 액면 그대로 수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처럼 유권자들이 철저히 외면해서는 곤란하다. 3당은 공약을 축소,조정하여 가능한한 현실에 접근시킬 필요가 있다. 유권자들도 등을 돌릴 일만은 아니다. 3당의 공약이 유사한 「거품공약」이지만 관심을 갖고 보면 사안에 따라서는 중대한 차이점을 읽을 수 있다. 예를들면 금융실명제의 경우 민자당은 「조기실시」인데 비해 민주와 국민당은 각각 「93년 완전실시」와 「즉각실시」이다.
민자당은 다수당으로서 현실을 감안하여 신중을 보였고 민주당은 개혁의지를 나타냈으며 국민당은 민의에 영합한다고 할수 있을 정도로 화끈한 수용자세를 보였다 할 수 있겠다. 유권자들은 후보와 당이 차별화의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면 스스로 차이첨을 색출,차별화시킬 필요가 있다.
유권자들은 또한 이번 선거가 한국정치에 갖는 의미를 통찰할 필요가 있다.
권위주의체제 청산에 기여한 양김씨의 역사적 공헌에 국민이 빚을 청산하는 기회인 동시에 재벌의 정치참여에 대해 국민이 「예스」·「노」를 표명할 수 있는 기회다.
유권자들에게 이번 선거 또한 무겁다. 지방색에 눈먼 장님투표를 경계해야 할 것이다. 양김씨에게는 마지막 기회가 될것이다. 정치가 언제까지나 양김씨의 노예가 될수 없다.
어떤 정치를 갖느냐는 국민 스스로에 달려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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