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외 통상압력이 강화된다 해도 우리는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이 중국에 대한 최혜국대우를 철폐하면 우리 기업들의 대미 수출여지는 오히려 커진다. 외국기업에 대한 이전 가격의 문제도 일본과의 문제일 뿐 당장 우리와는 관계가 없다』클린턴 당선이후 미국의 대한 통상정책 전망과 영향에 대한 무역협회 통상책임자의 견해다.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불리한 영향은 거의 없고 오히려 유리한 상황이 예상되는데도 언론이 지나치게 호들갑을 떨고 있다는 얘기다.
과연 그럴까. 클린턴 집권후에 미국이 통상관련 조직을 강화하고 무역장벽을 높게 두를 것이라는 예상은 이미 상식에도 속하지 못할 정도가 되고 있다. 클린턴의 선거공약으로만 미루어봐도 이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는다.
이미 한국의 쌀시장 개방문제를 놓고 슈퍼 301조를 발동하라는 미국업계의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기업의 이전가격을 철저히 조사해 과세하겠다는 클린턴의 공약은 미국에 진출한 5백여 국내기업을 세무조사 위기로 몰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클린턴 당선직후 클린턴의 공약내용을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바쁘게 뛴 이유도 바로 클린턴시대의 대외 통상압력을 우려한 때문이었다. 관변단체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나 산업연구원 등도 뒤늦게나마 관련자료를 내놓고 세미나도 여는 등 대응방안 제시에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발등에 불이 떨어질 수출업계의 대변단체인 무협은 클린턴 당선이후 보름이 다 되도록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변변한 자료 하나 준비해 놓지 않은채 근거없는 장미빛 전망만을 읊조리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의 통상전문 변호사를 데려와 「클린턴 당선후 미국의 통상정책 방향 및 전망」이란 제목의 설명회를 가졌으나 「제목만 그럴싸하게 달아 체면치레나 하려했다」는 업계의 빈축만 샀다.
무협은 연간 1천1백60억원 규모의 엄청난 자금을 쓰는 국내 최대 경제단체다. 업계의 회비와 준조세인 무역 특계자금이 이 단체의 재원이다. 미국에는 뉴욕과 워싱턴에 사무소를 두고 대외 통상활동을 하고 있고 통상외교 사업이란 명목으로 연간 1백억원 이상을 쓰고 있다. 업계는 이 막대한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궁금하다며 불평들을 하고 있다. 업계는 자신들이 피땀 흘려 번 돈으로 조성되는 이 자금이 국회의원의 외유나 지원하고 국내 정치용 로비자금으로 쓰이기 보다는 요즘같이 새로운 정보가 아쉬울 때 제대로 된 보고서 하나 만드는데 사용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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