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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유대 진일보 「집단 안보」 전단계/한­러 「군사협정」 체결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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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유대 진일보 「집단 안보」 전단계/한­러 「군사협정」 체결의미

입력
1992.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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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도발 억제 동북아평화 기여/러,대한반도 영향력 중·일 견제 2중 포석【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한국과 러시아가 군사분야에서 상호협력 관계를 추진하는 의정서(프로터콜)를 체결키로 함에 따라 양국관계는 커다란 전환점을 맞이할 것으로 기대된다. 러시아는 오래전부터 이같은 관계를 맺자는 의사를 한국측에 타진해왔으며 한국측도 대북한 관계나 동북아정세를 염두에 두고 러시아와 군사분야에서 협력을 추진키로 했었다.

18일부터 시작되는 옐친 대통령 방한시 양국 국방장관간에 체결될 의정서의 주요내용에는 양국 고위장성의 상호교류,군사훈련 참관,함정 및 비행단의 상호기항 및 기착,국방대학원생의 상호교류 등이 포함돼 있다. 물론 이같은 내용의 협정체결은 양국 관계에서 초보적인 수준에 불과하지만 러시아와 북한과의 과거 관계를 생각할 때 그 의미는 과소평가할 수 없다.

특히 러시아(구 소련)와 북한은 현재 군사동맹을 맺고 있으나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여서 이번의 의정서 체결은 러시아의 대한반도 정책에서 한국을 보다 중요시한다는 태도라고 확대해석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로서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군사강국인 러시아의 무기체계 및 작전능력 등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실익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군사체제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은 바로 북한의 군사능력을 정확히 평가하는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또 이번 의정서 체결 내용에는 언급돼 있지 않지만 러시아는 우리나라에 대한 무기수출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러시아의 값싸고 우수한 무기를 수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러시아가 이처럼 군사분야에서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한반도에서 영향력을 유지하는 한편 중국과 일본을 간접적으로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러시아의 군사적 접근을 우리나라가 문자 그대로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미국과 긴밀한 군사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의 군사 작전권하에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우리나라와 러시아의 군사적 밀착은 대북한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쨌든 한·러 양국이 그동안 정치·경제적 측면에서만 협력을 모색해오다가 군사분야까지 양국관계를 확대한다는 것은 양국간에 실질적인 유대를 맺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의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와의 군사분야 협력을 동북아지역의 집단안보체제 구축을 위한 기본단계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

러시아는 유럽과 마찬가지로 동북아에서도 집단안보체제 구축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아시아판 유럽안보협력회의(CSCE) 구상은 지난 69년 브레즈네프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주로 중국을 봉쇄할 목적으로 처음 제창했다. 그뒤 한동안 잠잠하던 아태지역 집단안보체제 구축 구상은 86년 7월 당시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의 연설을 통해 재차 주장하고 나섰다.

아시아 각국은 이제 안에 각별한 관심을 표명하지 않아왔으나 내년 1월 새로 들어서는 클린턴 미 행정부 일각에서는 이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끌고 있다.

물론 일본정부는 미·일 안보조약에 변경을 가져올지 모르는 집단안보체제 구상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아시아지역으로부터 미국의 영향력 감소를 예상하고 일본과 패권다툼을 벌이고 있는 중국도 집단안보체제 구축을 내건 러시아의 아태지역 진출의도에 경계의 눈총리를 보내고 있다.

모스크바에서는 옐친 대통령이 이번 한국방문시 군사분야 등을 포함한 동북아 평화유지 및 안정에 관해 중대선언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는 형편이다.

러시아의 의도가 어떻든 우리로서는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러시아와의 군사협력 관계를 조심스럽게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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