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 거대 전문요원팀 가동/민자/기획실 주관 월별 면접조사/민주/전화 이용 많고 현장서 실시/국민우리나라 선거에서도 이제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각 후보진영은 물론이고 선거와 관련이 있는 각종 단체에서도 앞다투어 여론조사를 실시해 나름대로 선거판을 미리 그려보고 있다. 우리나라 선거에 여론조사가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87년의 13대 대선때부터. 그동안 두차례의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의회 선거를 거치면서 우리 실정에 맞는 여론조사 기법이 서서히 정착돼가고 있다. 그러나 각당이 여론조사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고 우리와 문화와 풍토가 전혀 다른 미국식 기법을 그대로 원용한 나머지 허용오차 이상의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있는것도 사실이다. 각당은 이번에도 예외없이 자기들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를 여러 방법을 통해 선거전에 활용하고 있다. 각당의 주장을 취합해 본다.
▷민자당◁
민자당에서 여론조사를 주관하는 곳은 홍보대책위(위원장 박관용) 산하의 여론조사실(실장 박종선)과 관훈동 당사에 있는 사회개발연구소(소장 조경목) 등 2곳이다. 이중 여론조사실은 87년 통일민주당 시절때부터 김영삼총재의 차남 현철씨가 이끌던 중앙조사연 멤버들을 흡수,상당한 노하우를 갖추고 있어 그만큼 조사의 신뢰도도 높다는게 자체 평가. 또 구 민정당때부터 운영해온 사회개발연도 유수대학의 관련 전공학생을 조사원으로 활용하며 경험과 기법을 축적해와 어느 여론 조사기관 못지않은 적중성을 「공인」받고 있다는 주장.
이들 두기관은 요즘 월평균 1회꼴로 전화조사 또는 면접조사를 실시해오고 있는데 두 기관의 후보지지도 등 조사결과가 거의 비슷해 선거전략 수립에서 여론파악을 위한 중요한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당의 여론 관계자들이 전하는 후보 지지도의 추세는 최근까지 ▲김 총재 30∼32% ▲김대중대표 20∼22% ▲정주영대표 9∼12% 수준이며 이종찬 박찬종의원도 적게는 7∼8%,많게는 10% 안팎을 오르내리는 정도. 하지만 대선일 확정을 전후해 감지되는 뚜렷한 흐름은 3당 후보가 조금씩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인데 이는 대선구도가 분명해짐에 따라 부동표가 줄어드는 현상을 반영한다는 해석.
현재 부동표층의 규모는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이고 있으나 당 관계자들은 25%선 안팎이라고 주장한다.
한 여론 관계자는 『김 총재의 지지도는 지난 8월말 총재 취임직후 32%로 최고도에 달했다가 연기 관권 선거 파문여파로 28%선으로 하락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각종 당내 파동을 수습하고 선대기구를 발족시킨이후 김 총재 지지도는 30∼32%대를 탈출,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지난주초 현철씨의 중조연팀이 조사한 바로는 김 총재 지지도가 36%를 웃돌아 김대중(21.1) 정주영(10.6)을 크게 압도했다는 것. 다만 후보지지와 당 지지도가 유사한 민주 국민당과 달리 김 총재 지지도가 민자 지지도보다 10% 가까이 높다는 주장인데 이런 흐름때문에 김 총재 주변에서는 공조직과 별도의 김 총재 외곽조짐을 가동하는게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상당하다.
▷민주당◁
민주당은 선대본부 산하의 기획실(실장 이해찬의원) 주관으로 월 1회 정도로 꾸준히 여론조사를 해오고 있다. 민주당의 여론조사는 전국에서 1천5백여명의 표본집단을 선정,면접조사를 실시한다.
한편으로 미국 대선에서 유행한 포커스 그룹 인터뷰 기법(표본집단 심층토론)을 도입,계층·직업·연령안을 토론을 갖게해 갱점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유권자의 심리적인 동인을 파악해 선거전략에 활용하고 있다.
민주당 주장에 의하면 김대중대표에 대한 지지도는 민자당 내분 등으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다가 노태우대통령의 중립선언에 즈음해 최고에 달했다는 것.
그러나 이근희사건으로 주춤했는데 최근 미 민주당의 승리이후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후보별 지지도는 10월말 조사결과로는 김 대표가 24.3%를 획득,김영삼 민자당 총재의 29%에 비해 4%이상을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국민당의 정주영대표가 두자리수인 12%대를 기록했다.
이같은 지지도 분포는 지난 7일 실시된 조사결과에서는 다시 변화를 보여 ▲김영삼 29.4 ▲김대중 25.8 ▲정주영 10.7%로 나타나 두 김씨간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조사에 의하면 특히 20대의 경우 29%대 22%로 김 대표가 김 민자총재를 앞지르고 있고 계층별로 사회저층(월 60만원이하 소득)에서 30%대 27%로 김 대표가 앞서고 있다.
민자당 내분이 한창이던 10월초 1% 정도까지 김 민자총재는 따라 잡았던 김 대표는 이근희사건이후 5% 정도까지 김 총재에 떨어졌다가 최근 3%정도로 다시 따라잡기 시작했다는 것이 여론조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민주당은 25%정도의 부동표가 존재하고 있으며 아직도 우리 유권자들이 야권에 대한 공개적 지지표명을 꺼리고 있을뿐 아니라 민자당과의 격차가 다시 좁혀지기 시작한 추이로 보아 이 정도의 격차는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국민당◁
국민당은 최근 이례적으로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달 20일부터 10일간 전국의 1만2천여명을 대상으로 세 후보에 대한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김영삼 민자총재가 25% ▲정주영 국민대표가 18.3% ▲김대중 민주대표가 15.8%를 차지했다는 내용이다.
이 조사의 실무담당 주체는 현대계열의 광고기획 회사인 금강기획이며 조사방법은 흔히 사용하는 전화조사가 아니라 직접 면담방식.
이 조사결과에 의하면 정 대표가 다른 두 후보보다 높게 1위를 차지한 지역은 대전·충남과 제주. 대전·충남서 정 대표가 26%,김 민자총재는 21%,김 민주대표는 15%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제주에서는 정 대표가 20.5%,김 민자총재가 19%,김 민주 대표가 15%의 지지도를 확보했다는 주장이다.
국민당은 특히 여권의 텃밭인 대구·경북지역에서 국민당의 인기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번 조사결과 대구·경북지역에서 김 민자총재가 37%를 차지했고 정 대표는 27%로 그 뒤를 좇고 있으며 김 민주대표는 5%선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국민당은 그동안 내부적으로는 꾸준히 여론조사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과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의 조사결과는 언론 등에 보도된 내용보다는 좋았지만 정 대표의 순위는 계속 3위였다는 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국민당측은 이번 조사결과를 공개하면서 정 대표가 「상승세」에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2등인 사실을 밝히는 것은 1등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국민당측은 지난 5일부터 10일사이 외부기관에 의뢰해 또다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정 대표가 3위로 밀려났지만 차이는 박빙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결과에 의하면 ▲김 민자총재가 25.6% ▲김 민주대표가 21% ▲정 대표가 20.5%를 차지했다는 것.
국민당 관계자들은 이밖에 K대의 모교수팀이 실시한 조사에서 반 양김 세력이 결집해 후보를 낼 경우 상당히 높은 지지율을 얻어 양김씨보다 10%정도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한다.
○허와 실
주요 정치행위를 결정하거나 사후 이를 정당화하는 방편으로 각당이 여론조사 지표에 크게 의존하는 것을 일단 바람직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각당이 제각기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사수치를 주장하는데서 볼 수 있듯이 표본추출과 조사과정,결과분석에 이르기까지 조사주체의 「편견」이 적잖이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각당은 경쟁적으로 여론조사를 선전도구의 일환으로 삼는 경향이 짙어 여론의 왜곡 가능성을 크게 하고 있다. 또 조사주체가 자인하는 오차율만해도 작게는 ±2.5%,많게는 ±3.7%에 달하는데 선거전이 치열할 경우 허용오차의 범위내에서 승부가 판가름날 가능성도 있다.
여론조사의 허실에 대해서는 최근 미 대선 과정에서도 큰 논란이 있었지만 유권자의 여론 문화나 조사기관의 신뢰도가 아직 일천한 우리 정치문화에서 각당 이 주장하는 조사결과를 한풀접고 봐야하는 것만은 틀림없다.<이유식·황영식·정광철기자>이유식·황영식·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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