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시선은 지금 대서양을 항해중인 한척의 화물선에 쏠려있다. 핵폭탄의 원료로 쓰일 수 있는 플루토늄 1.7톤을 적재한 일본배 아카스키마루(효환). 이 화물선은 세계적인 반대여론을 외면한채 프랑스 서북부 셰르부르항을 출항,지구의 절반이상을 「알려지지 않은 머나먼 항로」로 돌아 일본 요코하마(횡빈)로 가는 중이다.잘 알려진바와 같이 플루토늄 1.7톤이면 나가사키(장기)에 투하됐던 원폭 2백개 정도를 제조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이며 도시에서 플루토늄 1g만 누출돼도 10만명이 대피해야 할만큼 강한 독성을 지니고 있는 핵물질이다.
일본 당국자들은 플루토늄 도입이 원자력 발전을 위한 평화목적이라고 강변한다. 일본은 앞으로 20년안에 영국과 프랑스로부터 1백톤의 플루토늄을 수입,비축할 계획이다. 이러한 일본의 핵정책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준핵무기」와 다름없는 플루토늄의 비축은 2천20년대에 가서는 미국과 소련을 앞지르게 된다. 명실 상부한 「핵강국」이 되는 것이다.
일본 정부 당국은 플루토늄의 평화목적 사용을 강조하고 있지만,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나라는 전세계에 한 나라도 없다. 우선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칠레,우루과이 등 아카쓰기호의 통과 예상 남미 연안4개국이 일본 플루토늄 수송선의 영해통과를 불허한다는 공식입장을 천명했다. 그뿐만 아니라 필리핀과 남태평양의 나우르 공화국은 영해통과를 적극적으로 저지하겠다는 강경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아카쓰키호의 초기 출항부터 밀착추적을 계속중인 국제환경감시단체 그린피스 소속의 솔로호가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아카스키호의 항로를 공표하고 있다. 미국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공격용 핵잠수함과 정찰위성으로 풀루토늄 수송선을 감시하는 가운데 일본은 아카쓰키호의 호위군함이 그린피스 소속 선박에 경고사격을 가할 수 있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렇듯 일본의 플루토늄 수송이 세계적인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은 사고에 따른 「핵오염」 문제도 있지만 세계가 일본의 핵개발 의혹을 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핵 3원칙을 견지하고 있는 일본이 아오모리현에 우라늄 농축공장을 건설하고 막대한 양의 풀루토늄을 비축하는 것은 누가뭐래도 핵개발에 대비한 것이라는 의구심을 피할 수 없다.
일본은 자위대 해외파병,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의 발돋움 등 국제적인 발언권을 강화하기 위해 핵강국으로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더욱이 이라크의 핵무기 개발과 북한의 핵재처리 시설을 반대했던 일본이 필요이상의 플루토늄 비축과 우라늄 농축공장을 건설하는 것은 동북아시아 평화에도 위협적인 요소다.
우리 정부는 플루토늄 해상수송의 기술적인 위험요소뿐만 아니라 범지구적인 환경보전,그리고 핵확산 방지의 측면에서도 일본 아카쓰기호의 수송항로에 대한 「세계적 관심」에 동참하는 분명한 태도를 밝혀야 할 것이다.
만에하나 우리니라 영해통과 가능성이 있다면,그래도 우리는 눈감고 지켜 보기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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