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기국회서 재벌 상호지급보증 규제를 내용으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의결된 것은 오래 기억될 「대사건」이라 여겨진다.지난 4일 개정안이 국회 경과위를 통과할 즈음 국회 정부간에 벌어진 해프닝을 보고 있노라면 입법저지를 노린 재벌의 「물밑」 작업이 얼마나 집요했는지 짐작이 간다.
이번 법안에 대한 민자당의 당론 결정이 늦어져 고심한 내막은 그렇다치고 마지막 표결처리 직전까지 경제기획원과 공정거래위 간부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재계통으로 소문난 최운지의원(민자)과 기업경영인 출신인 이명박의원(민자)은 각각 표결에 참석할 수 없다며 끝내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경과위 소속 의원중에는 각당 고위당직자들이 많아 16명의 재직의원중 법안의결에 필요한 정족수(9명)를 채울 수가 없게 된 것이다. 대선 등 임박한 정치일정상 이번 회기중 통과 안될 경우 영영 입법 유보될 위기에 처하자 정부 관계자들은 「의원님 모셔오기」에 총력전을 폈다. 한밤중과 새벽녘 참석확인 전화공세며 통사정·읍소도 모자라 마침 이날 본회의장에 발걸음을 한 원로의원에겐 결례를 무릅쓰고 「반납치극」을 벌이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오죽했으면 표결직전 야당 중진 조세형의원은 『이 법안 통과를 위해 최각규부총리 최수병 공정거래위원장 등 정부 관계자들이 바친 노고를 진심으로 치하한다』고 격려를 하기까지 했을까.
상호지보 규제는 공룡처럼 비대해져 각종 횡포와 부작용을 일삼는 국내 재벌에 대해 마침내 정부가 「코뚜레」를 꿴거나 다름없다는 평가다. 한장으로 수백억 수천억원씩 은행돈을 마음대로 쓰게 허용한 상호지보 관행이 규제되면 문어발 확장,중소기업 업종침해,과잉 중복투자 등 재벌 횡포는 이제 자금대기가 어려워서도 크게 줄어들게 확실하다.
학계 관계자는 『정권교체기 여당없는 국회에서 정치자금줄을 쥔 재벌 발목에 족쇄를 채우는 법안이 통과될 줄은 진짜 예상 밖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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