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달아 보도되고 있는 군수관련 비위사실과 육군내 일부 장교들의 사조직 파문은 그 사안 자체로도 충격적일 뿐 아니라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근본부터 흔드는 일이다. 솔직한 심경으로는,아직까지도 이런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는 현실의 수준이 안타깝고 막막하다.우리 사회의 도처에 제 아무리 부패와 부조리가 만연하다고 해도 군에서는 그렇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국민의 기대심리일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제기됐던 일부 부재자 투표부정이나 정보사 부지매각 사기사건 등을 거쳐오면서 군이 그래도 그같은 문제들을 드러내고 극복하려는 노력을 보인데 대해 국민은 「지켜보는」 자세를 취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바로 이같은 시기에 육사출신의 일부 소장 장교들이 「알자회」라는 사조직을 만들어 진급과 보직 등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물의가 빚어지는가 하면 군수사 및 그 예하부대 일부 지휘관들이 뇌물을 받고 폐장비 상당량을 유출한 혐의로 육군 특별조사단의 수사대상에 올랐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어처구니 없다.
사조직 「알자회」는 육사 34기생들(현 중령급)이 3학년이었던 76년부터 시작돼 43기(현 대위급)까지 기별로 12명 정도씩의 회원을 두어 운영돼왔다고 알려져 있다.
우선 그 오랜동안에 걸쳐 생성되고 무르익어왔을 그들의 의식체계와,그들과 무관한 수많은 장교들에게 미친 유·무형의 영향이 어떤 것이었을지 생각하게 된다.
육사 4년간의 과정이 초급 지휘관 자질여부를 위한 필수적 기간이었다면 보다 성숙되고 차원높은 고급 지휘관으로의 길을 가는데에는 한층 높은 안목과 깊은 사려가 깃든 자기연마의 기간도 필요한 법이다. 그래서 궁금한 것은,「알자회」가 「하나회」의 변형된 연장이든 별개의 친목단체였든간에 임관후의 자기수련 분위기로서 과연 필요한 조직이었던가 하는 것이고,그로써 군내부에 초래된 불화와 기강문란의 위험이 왜 오랜동안 방치되어 왔던가 하는 것이다.
군수사문제도 현재 수사가 진행중이므로,오랜동안 이어져 내려온 관행과 타성의 소산인지,또는 비리척결에 과감했던 몇몇 지휘관에 대한 음해였는지,또는 군전체에 만연된 뿌리깊은 고질인지,그 실상이 곧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 보도되고 있듯이 사령관을 포함한 고위장교를 비롯,군의 부정과 비리를 척결해야 하는 기무사와 헌병대 요원들 마저 「상납」과 「뇌물」의 고리에 끼어있음이 사실이라면 이는 한 지역의 특정 군부대에서 일어난 우발적인 사건이라기 보다는 국가안보에 직결되는 중대한 구조적 문제로서 다뤄져야 마땅하다고 우리는 본다.
우리는 김진영 군참모총장이 취임직후인 지난 2월 지휘서신 제1호를 통해 군내 사조직 전면해체령을 내린지 9월개월만에 「알자회」 물의가 표면화하고 있음을 중시한다. 또한 군수사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척결의지를 육군 수뇌부가 거듭 밝히고 있는데 대해서도 유의하고자 한다. 이 두가지 문제를 계기로 군은 새로운 면모를 반드시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만약 그렇지 못할 때 국민은 「국민의 자제」인 군을 신뢰하지 못할 뿐 아니라 나라의 장래를 비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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