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새 인물로 세대교체 이뤄보자”/독·불·이 지도자 거의 고령/젊은층 변화욕구 수용못해/미국식 선거제 도입등 개혁요구/일부 좌파 클린턴 당선 축하연도한국일보는 이번주부터 매주 토요일 미 로스엔잴레스 타임스지의 월드 리포트를 독점 게재한다. 미 최대일간지인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월드 리포트는 세계 각국에 파견돼 있는 이 신문 특파원의 주요 기사를 주1회 특집으로 꾸니는 지면이다. 한국일보 국제부는 월드 리포트가 다룬 그 주의 세계 주요 이슈중에서 가장 시사성이 높은 주제를 택해 다룰 예정이다. 이번주의 주제는 「클린턴 효과」를 갈망하는 유럽인들이다.<편집자주>편집자주>
파리,새벽3시. 캘리포니아주의 미 대선투표가 막 끝났다. 프랑스의 한 온건파 좌익정당 사무실에서 벌어진 빌 클린턴앨 고어의 승리 축하파티가 지나치게 소란스러워지자 동네 사람들이 경찰에 신고했다.
「무브망 데 라디코 드 고슈(급진좌파운동) 당」의 젊은 당원들은 서로에게 색종이를 뿌리며 미 성조기를 흔들어댔다. 이 당은 규모는 작지만 15명의 의원과 2명의 정부 각료를 보유하고 있는 정당이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파티가 곧 끝날 것』이라며 양해를 구한 장 프랑수아 오리 당수(43)는 현장에 있던 한 기자에게 무브망은 이미 몇달전에 클린턴 지지를 결정했음을 상기시켰다. 특정후보에 대한 지지표명은 외국 선거전에 끼어들기 싫어하는 프랑스의 일반적 정치행태로 볼때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오리 당수뿐 아니라 그와 뜻을 같이하는 프랑스의 젊은 정치 지도자들이 갈망하고 있는 것. 그것은 다름아닌 2차대전 이후 고착된 유럽의 정치체제를 뒤흔들어 놓을 수 있는 「클린턴 효과」이다. 『우리가 클린턴을 지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20년,30년,심지어 40년동안 정치 무대의 최일선에 있었던 인물들을 은퇴시킬 수 있는 진정한 충격의 물결을 유럽에도 몰고올 수 있으리란 희망 때문』이라고 오리 당수는 말했다.
클린턴(46)과 고어(44)는 확실히 오늘날 유럽 정치의 본류가 결여하고 있는 어떤 것을 대변해준다. 그것은 바로 새 세대의 분기점을 찍는 「젊은 희망」이다. 존 메이저 영국 총리(49)와 펠리페 곤살레스 스페인 총리(50)만이 이 법칙에서 예외다. 엄밀하게 말하면 보수당 당수인 메이저 총리는 세대교체를 이룬 인물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프랑스,독일,이탈리아에서는 현재 실권을 쥔 젊은 정치지도자가 전혀 없다. 젊은 지도자가 가까운 장래에 권좌에 오를 가능성도 희박해 보인다. 독일의 경우 젊은 실권자의 부재는 부분적으로 이 나라 특유의 교육과정과,나이들고 노련한 정치인을 선호하는 국민 정서에 기인한다. 대부분의 독일 정치인들이 상당한 경력을 쌓은 뒤에야 정치일선에 뛰어들기를 원하는 까닭에 적어도 30세는 넘어야 활동을 시작한다. 그리고나서도 특정 정당에서 오랜 기간 「도제생활」을 해야한다. 독일뿐 아니라 대부분의 독일 총리는 10년전 52세의 나이로 총리에 선출됐을때 「비교적 젊은 정치인」이란 평가를 받았다. 콜은 94년 선거에서 4선에 도전한다. 현재 개혁요구로 온나라가 들끊고 있는 이탈리아에서는 7번이나 총리를 역임한 줄리오 안드레오트(73)가 오랜 세월 정치의 대명사 노릇을 해왔다. 줄리아노 아마토 현 총리(53)는 연이어 터져나오고 있는 각종 부패스캔들에 아직까지는 개인적으로 연류되지 않은 덕택에 그럭저럭 꾸려나가고 있다. 아마토만해도 이탈리아에서는 정계의 새 물결을 대변하는 인물로 여겨진다. 경제적 궁핍,마피아,정치개혁 등에 온 관심을 빼앗기고 있는 이탈리아 국민들에게 중요한 것은 구조적 정치개혁이지 세대교체는 아닌 것이다.
2차대전후 정치질서가 가장 변하지 않는 나라는 프랑스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20년간 정치영역의 최상층부가 항상 똑같은 이름과 똑같은 인물들로 채워져왔다.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76)은 오는 95년 2번째의 7년 임기가 끝나면 권좌에서 물러나겠노라고 이미 공언했다. 그러나 그를 대체할 인물로 거론되고 있는 전 총리 미셸 로카르와 자크 시라크는 각각 62세와 60세. 전 대통령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은 66세다. 이 3명은 이미 대통령 선거에서 낙선한 경험이 있다. 그렇지만 미국과 달리 프랑스에서는 패배가 정치적 책임으로는 연결되지 않는다. 미테랑 역시 대통령이 되기전 2번의 대선패배를 경험했다.
하지만 이런 프랑스에서도 변화의 바람은 불고있다. 야심만만한 신진 정치인을 중심으로 예비선거와 같은 미국식 선거제도를 도입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현 선거체제하에서는 새로운 젊은 지도자의 출현은 불가능하다는게 이들의 공통된 지적이다.<정리=홍희곤기자>정리=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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