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부산지역 실태와 대책은(붕괴하는 「신발왕국」: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부산지역 실태와 대책은(붕괴하는 「신발왕국」:하)

입력
1992.11.12 00:00
0 0

◎주먹구구 경영 체질개선 시급/관례화된 뒷거래·한탕주의 일소/공동상표·판매사 설립등 모색을/기술·인력 세계 최고… 정부·시 과감한 투자를『부산은 신발연관 산업이 고루 발달해 있어 지역 자체가 거대한 신발공단 입니다. 막대한 돈과 시간을 들여 일부러 조성하려 해도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보다 더 큰 잠재력을 가진데는 세계 어느 곳에도 없어요』

한국신발산업협회 김한세 부산 사무소장은 정부나 부산시가 너무 성급하게 신발산업을 사양 산업으로 취급,포기해 버리는 것 같아서 울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사실 신발은 매력적인 상품이다. 생필품일 뿐만 아니라 하기에 따라서는 이윤이 많이 남는 고부가가치 제품이 될 수도 있다. 또 비교적 적은 돈으로 엄청난 생산효과와 고용효과를 창출한다. 그러나 지금같은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며 대대적인 체질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업계 관계자들이 많았다. 업계는 물론이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는 분석이었다. 특히 하청 생산체제에서 길들여진 한탕주의에서 탈피,합리적인 경영을 도입하는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실세 국내 신발산업에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터무니 없는 일이 많다. 부산 수출액의 40%이상,부산 시민 10명중 4명 정도가 신발 산업에 종사하면서도 신발회관은 물론 전용공단조차 없다. 또 신발이 우리나라 수출의 5%이상을 차지하는데도 신발 박사는 국내에 단 1명뿐이다. 미국 가죽 운동화의 대부분을 공급하고 있으면서도 신발업계 사장단들이 주시장인 미국을 방문해 시장을 살펴본적도 없다. 특히 거래관행은 전 근대적인 수준이다. 상당한 뒷돈 거래는 관례화 되어 있다.

최근 부도를 낸 중견 신발업체인 S사에서 10년 가량 근무한 김모씨의 경험담. 『회사 전체가 뒷돈거래예요. 물론 외부에서 손벌리는 곳도 많고. 신발 바이어인 D사는 정도가 심했조. 신발부품 업체들로부터 1억원 가량을 챙겼어요. 「노미」 대가죠. 「노미」는 영어 노미네이트의 약자인데 특정 협력업체를 지정해 뒷돈을 챙기는 관행이죠. 또 수수료조로 주문가의 6∼8%를 받는 것은 물론이고요. 이밖에 우리 회사는 D사의 품질검사 요원에게 월 70만∼1백만원씩 정기적으로 돈을 줬어요. 이중 20만∼30만원은 협력업체에서 갹출한거구요. 딱지를 먹으면 큰일이거든요. 실제 클레임을 걸어 거의 공짜로 신발을 가지고 간적도 있어요. 최소한 생산액의 10%이상이 뒷거리에 들어갈 거예요. 이러니 합리적인 경영을 기대할 수 있겠어요』

자전거용 신발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주)우연의 정철상사장은 『인건비가 경쟁국에 비해 터무니 없이 많이 들어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관리효율을 높이고 생산성을 향상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한다.

구체적인 대안으로는 국내 신발 회사들의 공동상표 도입 및 판매회사 설립,전용공단 건립,생산분야의 특화,설비자동화,대만과 같은 신발협회 차원의 외국주문의 공동접수 및 분배 등 다양한 활로가 모색되고 있다.

신발연구소의 문병권소장은 『공동상표로 개발한 「존신」이 2년여 사장되고 있다』며 『이처럼 얼어붙은 투자의욕을 되살리려면 정부와 부산시의 과감하고 현실적인 지원과 업계 및 근로자의 새 각오가 필요하다』고 말한다.<부산=김경철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