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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마저도/경제부 홍선근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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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마저도/경제부 홍선근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2.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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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도 땅도 사고 싶어한다. 국민학교 어린이들도 목돈이 있을 경우 은행에 묵혀둘게 아니라 아파트를 사두면 나중에 훨씬 큰돈을 만지게 됨을 잘 알아차리고 있다. 투기 이치를 일찌감치 제대로 터득하고 있다.『무슨 소리냐. 설마 그럴리가 없다. 우리 아이들은 목돈이 생기면 기껏해야 군것질을 좀하고 남은 돈은 어찌할줄 몰라 내게 맡겨올게 틀림없다』고 거의 모든 어른들이 말할 것이다.

그러나 저축추진중앙위원회가 어린이들의 저축 의식을 높이기 위해 실시한 한 설문조사는 어른들의 이러한 반응이 그저 희망사항일 뿐임을 그대로 드러내주고 있다.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등 6대 도시에 살고 있는 국민학교 6학년 어린이들은 10명중 3명꼴로 돈이 있으면 은행에 예금해두기 보다 「훨씬 큰 이득」을 위해 아파트나 땅을 사두겠다고 응답했다.

투기 병증이 어린이들에게까지 전염됐다.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우직한 정도를 몸에 익혀가야할 어린이들중 30%가량이 예금의 우둔함을 벌써 깨치고 있음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어린이들을 탓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늘상 보아온게 부모나 다른 어른들의 땅투기,아파트 투기였으므로 보고 들으며 배우는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또 부모들이 집없는 걱정을 하는걸 옆에서 보면서도 투기의 이치를 깨치고 중시하게 된 것이다.

최근 꽃마을을 무허가로 이루고 살던 사람들이 쫓겨난 서울 서초동의 금싸라기 땅들을 소유한 사회 저명인사들 틈새에 함께낀 4살짜리 꼬마도 어쩌면 목돈이 생겨 직접 땅을 산게 아닌지 모를 일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어른들의 마음 속에 있다. 어린이들의 이러한 투기감염을 보면서도 어른들의 솔직한 심정은 사회 전체적으로는 큰 일이라고 개탄하면서도 자기 자식들만큼은 이러한 이치에 일찍 눈뜨길 바라거나 아니면 최소한 자식들의 조기 개안을 반대하지 않는 쪽이다. 과연 우리 사회에서 몇사람이나 이에 대해 『아니오』라고 거뜬하게 말할 것인가.

최근엔 투기가 잦아드는 국면이라 그나마 다행스럽지만 투기의 무한한 병폐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일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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