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파 공세에 살아남기 위한 고육책미 중앙정보국(CIA)은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보수파의 공세에서 살아남기 위해 개혁파 측근들을 곧 희생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버트 게이츠 CIA국장은 10일 「댈러스 국제문제 위원회」 위원들에게 행한 연설을 통해 『러시아 보수파의 공세가 경제혼란 민족분규에 힘입어 갈수록 강세를 띠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옐친의 선택은 측근 해임이라는 고육지책 뿐이라고 진단했다. 게이츠 국장은 한술더떠 내달초 개막되는 인민대표대회 이전에 개혁의 페달을 거꾸로 밟아야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전반적인 상황과 미국의 향후 대응에 대한 그의 분석은 다소 감상적이기까지 하다.
『냉전은 끝났다. 소련도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공산주의도 없다. 그러나 희망의 상실,정치불안,그리고 부패가 세계 최대의 전략무기고인 이 땅을 뒤흔들고 있다. 옐친이 떠나면 누가 러시아를 이끌어갈 것이며 미국은 어떤 대응을 해야하는가. 차기 클린턴 행정부가 직면한 숱한 외교문제중 러시아의 위험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같은 전망한 정보 취합과 분석에서 세계제일임을 자랑하는 CIA의 최고 책임자가 내놓았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는 다분히 내년에 들어서는 빌 클린턴 정부를 향한 메시지의 성격도 담고 있다. CIA가 이례적으로 게이츠 발언의 복사본을 언론에 돌렸다는 사실에서 그 흔적을 느낄 수 있다.
민주당 정부는 전통적으로 CIA에 대해서 곱지않은 시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차기 행정부에서 예상되는 예산삭감이나 활동제한 등의 조치에 대한 우려가 게이츠로 하여금 대러시아 정보보고를 내놓게 했을 가능성도 있다. 자신은 내년초 떠나야 하지만 행여 있을지도 모를 정보기능의 축소만은 막아보자는 복선이 그의 회견문 마지막에 보이는 『CIA 기능은 강화돼야 한다』는 문구에서 역력히 드러나고 있다.<이영성기자>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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