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판결까진 1년이상 소요「호네커 재판」은 어두운 과거에 대한 정치적 청산인가,「초법적 윤리」의 실천인가.
에리히 호네커 전 동독 공산당 서기장(80)에 대한 재판이 이같이 상반된 시각속에 12일 베를린 모아 비트법정에서 개시된다. 호네커는 동독 국가원수 재임시 자유를 찾아 베를린 장벽을 넘던 동독인들을 향해 국경수비대에 발포명령을 내린 혐의로 25건의 살인 및 살인미수죄로 기소돼 베를린의 모아 비트 감옥에 수감돼 있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그에 대한 신병처리를 둘러싸고 각기 다른 법적 해석과 도덕적 책임문제는 논란이 일어났다. 콜 정부도 그의 재판이 지연되자 심리적으로 상당한 부담을 느껴온 것은 사실이다. 특히 호네커 재판이 구소련을 비롯해 국제사회의 외교문제로까지 비화되면서 「과거에 대한 가혹한 응징」 차원에서보다는 「어두운 과거에 대한 정치적 청산」 측면에서 관심을 끌어왔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호네커 재판의 성사여부가 불투명했던게 사실이다. 이 재판이 「구동독 청산」이란 역사적 상징성을 띠고 있고 독일 국민들에게도 정의구현의 의식을 불러 일으켰지만,사법처리 과정에서 법적용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이 강력히 제기됐기 때문이다.
특히 동서독간에 조인된 통독조약은 구동독 법에 위배되는 행위만을 소급,처벌할 수 있다고 규정고 있다. 따라서 국가원수였던 호네커의 행위에 대해 형사소추가 가능하느냐에 대한 법률적 논란이 제기돼 왔다.
호네커의 건강문제도 지적됐다. 간암말기로 이미 의학적 사형선고를 받은 그가 1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최종 판결때까지 생존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러나 독일 연방 최고재판소는 최근 국경수비대원들에 대한 유죄판결을 확정하고 구동독 정권의 비인간적 행위에 대해 적용할 사법적 원칙에 결론을 내렸다. 독일 법원은 이같은 원칙에 따라 과거의 청산이란 정치적 의미를 버리고 초법적 윤리의 실현이란 측면에서 호네커를 단죄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후 뉘른베르크 전번 재판에서 원용한 원칙이다. 이 원칙은 모든 국가가 존중해야 할 생명과 기본인권을 합법을 가장하여 해칠 경우,그 책임은 사법적 차원을 뛰어넘는 범죄행위로 규정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호네커에 대한 초법적 윤리의 적용은 동서독의 헌법을 넘어 인간내재의 존엄성을 수호키 위한 「인성적 신념」의 구현으로까지 풀이된다. 호네커 장벽재판에는 비밀경찰 슈타지의 총책 에리히 밀케와 하인츠 케슬레 전 국방장관 등 5명의 구동독 고위관리가 포함돼 있다.
호네커 재판은 그 의미가 어떻든 암울했던 분단시대의 청산작업에 한 획을 긋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장학만기자>장학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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