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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경쟁력과 대외개방/김인준 서울대·국제경제학(목요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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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경쟁력과 대외개방/김인준 서울대·국제경제학(목요진단)

입력
1992.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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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경제는 경기조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대내적으로 경기후퇴를 겪고 있다.한편 대외적으로는 냉전종식후 신국제 경제질서 태동이라는 새로운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으로 클린턴의 등장은 이와같은 국제환경 변화를 더욱 피부로 느끼게 할 것이다.

클린턴은 그의 정책의 최우선을 경제에 두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국가경제 전략을 세워 국내경제를 활성화 시키고 수출을 극대화 시키겠다는 것이다. 이와같은 자국위주의 경제정책은 국가간 경제마찰을 심화시킬 것이다.

이러한 조짐은 벌써 보이기 시작한다. 농업보조금 협상실패에 따라 미국이 유럽산 백포도주 등에 200%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미국과 EC간에 무역마찰이 일고 있다. 물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극한상태까지 가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와같은 무역분쟁이 우루과이라운드 타결의 전주곡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보호무역주의와 지역주의가 팽배해지는 것을 보면 각국간 무역마찰은 쉽게 수그러들 것 같지 않다.

우루과이라운드가 타결되지 않으면 한미간에도 농산물·서비스 분야에서 무역마찰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미일간,미중간 무역마찰이 심화된다면 그 여파가 우리에게도 크게 미칠 것이다. 어떤 정부 관계자들은 클린턴이 됐다고 미국의 경제정책이 크게 달라지겠느냐고 반문하지만 이는 대단히 안일한 자세이다.

우리가 이와같은 무역분쟁과 국가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제를 국가경영의 최우선 순위에 두어야할 것이다. 그리고 국제경쟁력을 배양하고 장단기 대외개방 경제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국제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소는 인간·자본 그리고 기술이다. 이들을 효율적으로 결합함으로써 국제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인간에 대한 투자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교육에 대한 획기적인 개혁을 함으로써 인간 자본에 대한 질을 높여야 할 것이다. 앞으로 산업구조가 첨단산업 위주로 바뀌는 과정에서 기술개발은 그 나라 제품의 경쟁력을 결정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같은 기술개발은 우리의 독자적인 힘으로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필요한 기술은 외국으로부터 과감히 들여와야 할 것이다. 시설과 설비투자는 기업의 자율적인 결정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런에 이와같은 인간·기술·자본을 결합하여 국제경쟁력을 높이는데에는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특히 투자에 따른 사회적 혜택이 개인적 혜택보다 커서 경제외부 효과가 큰 분야에는 정부가 적극 참여해야 한다. 일례로 교육의 일차적인 혜택은 개인에 돌아가지만 사회에 돌아가는 혜택은 이보다 훨씬 더 크다. 지금 사교육비의 몇분의 일만이라도 공교육비로 돌릴 수 있는 교육제도 개혁이 이루어진다면 자원의 낭비를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알찬 교육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정부는 기업의 생산활동에 병목현상이 일어나지 않게끔 도로·항만 등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노력하고 불필요한 각종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는 한 개인이나 기업 입장에서 감당하기 힘든 위험부담을 함께 나누도록 해야할 것이다. 막대한 재원과 위험이 뒤따르는 첨단 기술 개발 등에 대한 정부의 공동참여는 꼭 필요하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은 재정정책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며 금융정책을 통해 이와같은 목표를 달성하려는데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국제 경쟁력 강화의 기본적 전제가 경제안정이며 금융정책의 가장 큰 목표는 경제안정을 달성하는데 두어야 할 것이다.

새로운 국제경제 질서 아래 선진국으로 한단계 발돋움하는 과정에서 경제개방은 필연적이다. 국제경쟁을 통한 경쟁력 배양없이는 선진경제에 진입할 수 없다. 과거 개도국의 경제발전 전략으로 수출지향 전략이 수입대체 전략에 비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점도 역시 경쟁에 의해 국제경쟁력을 배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외개방은 또한 국제경쟁을 가져와 독과점에 따른 폐해를 줄이고 국내 경제의 자율화를 그만큼 촉진시킬 것이다.

한편 첨단산업 위주로 산업구조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해외기술을 과감히 들여오기 위해서도 대외개방이 필요하다. 아직 우리의 독자기술 개발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우리의 기술과 해외기술을 접목시켜야 한다. 그런데 기술이전의 가장 효과적인 형태의 하나가 직접투자이다. 그렇다면 해외첨단 기술의 투자유도를 위한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 우리의 기업들은 외국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잘 키워줄때 해외기술을 습득하고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국제경제질서 변화에 따라 무역마찰이 일어날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시장개방에 대한 압력도 거세질 것이다. 이러한 시대변화를 맞아 불필요한 무역마찰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역관련 제도를 국제화 시키고 합의된 사항은 충실히 지킴으로써 국제 공신력을 쌓아가야 한다.

우리 경제의 당면 과제는 안정기반 위에 대외개방을 통해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들의 사고를 국제적으로 전환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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