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민주·국민 등 3당이 대선을 겨냥하고 풍성하게 내건 교육공약들은 기대를 걸어볼만한 부분이 있어 보이기도 한다. 특히 지나간 어떤 대선때보다도 후보들이 『교육입국으로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 『교육 대통령이 되겠다』며 저마다 교육문제에 유례없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음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중학교까지의 의무교육을 앞당겨 실시하겠다는 것이나 GNP의 3.6%밖에 안되는 교육투자 비율을 교육선진국의 수준인 5%로 높이겠다는 등의 정책의지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일만 하다.
이러한 두가지 기본적이고 중대한 교육문제에 대한 재원염출 세부방안이 불분명하고 언제까지 하겠다는 실시 시기 등이 당마다 다르기 때문에 결국 그 공약도 공약화하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의구심이 없는 것은 물론 아니다. 설령 그렇다치더라도 교육재정난 해소와 교육복지 실현의 의지만이라도 확인할 수 있다는 면에서 우리는 반기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3당이 제시한 교육공약중 대학입시난을 해소한다는 공약내용을 보면 정당들이 이나라 교육만병의 근원을 거꾸로 알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3당이 제시한 대학입시난 해소공약은 말만이 약간씩 다를뿐이지 기저에 흐르고 있는 골격은 4년제 대학입학 정원을 무제한으로 풀어 대학에 갈 사람은 모두 수용해서 입시지옥을 속시원하게 없애겠다는 식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는 고학력자의 양산으로 인해 학사·석사실업자 사태가 날 지경에 이르렀다. 인구와 대학생 숫자의 비율이라든가 대학 취학연령자의 대학 진학비율이 미국·아르헨티나에 이어 세계 3위가 된지 오랠 만큼 우리의 고학력 풍조는 심화돼 있다.
5공 정권이 대학의 졸업정원제를 한답시고 대학입학 정원만을 7만명이상 늘려 놓았고,6공에와서도 해마다 5천∼8천명씩 증원해 이번 대학입학(93학년도) 정원은 22만3천명이 넘었다. 이는 대학진학이 목적인 인문계 고교 졸업 예정자(47만3천명)의 47.14%를 수용할만한 규모다. 취업이 목적인 실업고교 졸업예정자(26만5천명)까지 합친 전체 고졸예정자 73만9천명과 비교해도 30.19%나 된다.
우리의 현재 1백21개 4년제 대학 입학정원은 영국·서독·프랑스·일본 등과 비교할때 결코 적은 것이 아니다. 우리의 대학입시난이 전쟁화·지옥화하게 된것은 「정원이 적기 때문」이 아니다. 「터무니 없이 많은 고졸자가 대학으로 물리기 때문」이다. 이같이 왜곡된 고학력 풍조가 고3 전체 재학생 숫자의 절반 가량인 30만명 이상의 재수생을 누증시켜 놓고 있다는데 문제의 핵심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대학입시난은 대학정원을 확풀어서 해결될 일도 아니고 입시제도를 고친다해서 손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알지도 못한채 대학정원 조정권한을 대학에 맡겨 해결하려 한다든가,이미 실패한 졸정제를 다시들고 나오는 3당의 입시난 해소공약은 차라리 없느니만 못하다. 그런 식으로 된다면 더욱 큰일이 날것이 분명하므로 우리는 우려를 하게되는 것이다. 대학을 덜가도 되는 사회를 만드는 종합적인 대책이 없이는 입시난은 결코 해소할 수 없는 난치의 질환이며 교육만병의 근원임을 3당의 정책·공약개발팀은 다같이 깨달아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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