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생산·과잉설비가 “화근”/OEM물량 집중에 가동률도 낮아져/출혈경쟁 불가피… 외국사들만 배불려한국산 신발,특히 가죽운동화는 세계 최초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세계적인 신발회사인 리복 한국사무소의 남상달소장은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신발이 세계 최고라고요. 그건 오해예요. 디자인,소재개발,상표 판매… 모두 외국회사들 거예요. 우리가 잘한다는 것은(외국사람이) 지정한대로 취합이나 조립을 잘한다는 뜻에 불과해요. 게다가 불량품이 얼마나 많은줄 압니까』
실제 국내 신발산업은 세계 정상을 자부하기에 부끄러운 점이 많다. 겉보기에는 신발왕국이지만 속내용은 「신발식민지」다. 부산 역시 국제적인 신발 하청공단에 불과하다. 최고 품질의 신발을 만들어내면서도 안팎으로 극심한 천대를 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격이 대표적인 예다. 국내 신발회사들은 대부분 출혈수출을 하고 있는 반면 수입해간 외국 신발회사는 막대한 이윤을 챙기고 있다. 현재 수출 주력상품인 가죽운동화의 경우 한켤레를 수출할 때마다 평균 1달러14센트,우리돈으로 8백원 이상을 손해보고 있다. 재료비와 임금,각종 제조경비를 합친 생산원가는 21달러14센트로 적정 수출가격은 22달러이지만 국내 신발회사가 바이어와 계약한 평균 수주가는 20달러에 머물고 있다.
이 국산신발이 미국시장의 도매상,소매상을 거쳐 소비자 손에 들어갈 때는 가격이 주문가의 4배로 뛴다. 세계 최대 신발회사인 나이키의 경우 지난해 총매출액의 약 35%인 11억달러의 당기 순이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절대량이 부산에서 만들어진 것은 물론이다. 패션운동화 로 80년대 후반 돌풍을 일으켰던 LA기어나 펌프화와 에어로빅 슈즈를 대히트시켰던 리복도 주문자상표 부착방식(OEM)으로 국내 신발회사와 손잡은뒤 급성장했다.
화승의 이봉호상무는 『외국바이어를 대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외국바이어들이 켤레당 20달러면 개발도상국에서 대환영을 받는데도 한국기업들은 왜 울상을 짓느냐고 불평을 자주 한다. 우수한 품질을 앞세워 붙잡아두긴 하지만 그래도 애를 먹을 때가 많다』고 말한다.
그러면 왜 밑지는 장사를 하는 걸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먼저 과잉생산설비를 들 수 있다. 세계 신발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유태계 상인들의 상투적인 상술에 말려들었다는 지적이 강하다. 한 개발도상국에 OEM물량을 집중시켜 설비투자를 유도한뒤 생산용량이 넘치면 값을 후려치는 상술이다. 외국바이어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우리나라 사람이 몰라도 너무 모른다. 단물만 빼먹고 헌신짝처럼 버리는게 이곳 생리다. 접착제 냄새 맡아가며 고생한 생산직 사원이 불쌍하고 돈떼이는 하청업체가 측은하다. 농간에 놀아난 우리나라가 한심하다』고 개탄했다. 올 9월까지 7백20개 국내 신발공장의 평균가동률은 69.1%다. 제살깎기 경쟁이 불가피함을 입증해준다. 업계에서는 절반이하로 생산라인을 줄여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신발을 담당하고 있는 부산상의의 김재동씨는 정부의 신발산업 지원대책에 대해 『코끼리 비스킷은 곤란하다. 옥석을 가려 유망 신발업체에 대해 실효성있는 지원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부산=김경철기자>부산=김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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