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용광로처럼 달아 올랐다. 최근 20여일 사이에 연일 폭발적인 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9일 증시는 주식거래대금이 1조5백66억원을 기록했다. 증시 사상 처음으로 매매대금이 1조원을 돌파하는 대이정표를 세운 것이다. 주식거래량도 7천1백5만주로 사상최고. 거래대금은 16개월,거래량은 불과 10일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거래대금과 거래량서 쌍둥이 최고치를 기록한 9일의 종합주가지수는 6백86.81. 지난달 17일의 5백18에서 급등하기 시작한 이래 불과 20일(거래일 기준)만에 1백68포인트(32.4%)가 오른 것이다. 거의 수직상승한 것이다. 고객예탁금도 지난 6일 현재 2조3천5백여억원,역시 20일 사이에 9천8백40억원(약 72%)이 늘어났다. 돈들이 폭등의 주가를 쫓아 썰물처럼 밀려들고 있는 것이다.지난 8월하순 연일 「6공들어 최저의 기록」을 깨뜨리며 증시의 붕락을 위협하던 위기의 장세 때와는 극단적인 대조다. 서울증시의 초과열 장세는 뉴욕,런던,동경,홍콩,싱가포르,프랑크푸르트,취리히 등 세계적인 증시들이 잠잠한 상태에 있어 모가난다. 서울증시만 왜 유독 시뻘겋게 달아오르고 있는 것인가. 10년만에 한번 올까말까하는 대호황을 맞았다고 하는 증권회사들은 낙관적인 전망이다.
주가의 단기급등으로 조만간 조정(10일 반락)을 거치겠지만 장세는 견실한 신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측이다. 금리인하,외국인 투자자금의 대량유입,국내기관 투자자들의 주식매수 우위원칙 준수,정치의 안정기류,예탁금의 급증 등이 낙관론의 뒷받침이 되고 있다. 그러나 경계론도 만만치 않다.
현 증시의 장세를 「금융장세」로 보는 것이다. 실물경기에는 개선이 없는데 순전히 돈의 힘에 의해서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금융장세」가 영국 자본이 주류를 이루는 핫머니(단기성 투기자금)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유입자금이 핫머니인지의 여부는 앞으로 두고보면 밝혀지겠지만 지금까지의 투자행태는 그러한 유추를 낳게하고도 남는다. 증권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월 증시개방이후 11월6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매매 상황은 매입 1조6천1백19억원(8천6백23만주) 매각 5천9백38억원(3천4백46만주)으로 순매수가 1조1백81억원이 된다. 특히 10월중에 3천5백66억원어치를 매입한데 이어 11월들어서도 7일까지 사이에 1천3백49억원 상당을 매입,약 40일 사이에 4천9백15억원을 집중 투입한 것이다.
이것은 지금까지의 매입총액의 약 3분의 1이나 되는 것이다. 이들의 매입은 증권주 중심의 금융주,한전·포철 등의 국민주에 집중됐고 일부 대형제조주로도 옮겨갔다. 한국이 기관투자자나 큰손들이 외국인 투자자에 의해 선도됐다. 관련주가들이 폭등했다. 지난달 17일이후 증권주가 약 50% 뛰었으며 한전주 76%,포철주 26%,은행주 38∼40%로 각각 큰폭으로 올랐다. 외국인 투자행태가 지난 연초에는 기업의 내재가치를 중시,저PER의 주식매입에 집중했으나 이번에는 11월초에 증권주를 「싹쓸이」 매입하는 등 투기적인 양상이 뚜렷했다.
핫머니는 주가를 조작후 먹고 뛰는 것이 하나의 관행이다. 아직도 세계금융의 센터로 자처하는 영국의 핫머니가 악명이 높다. 지난해 멕시코 등 중남미 주식시장에 뛰어들어 단기간내에 주가를 1백% 올려놓은뒤 한탕 챙기고 빠져나왔다는 것. 핫머니의 동태를 지켜봐야겠다. 이번 핫머니의 기습진출에 따라 증시의 변칙부양은 있었는지는 몰라도 통화량 증대,원화의 대미 달러화 평가절상 등으로 물가안정·국제수지개선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증시를 개방한 이상 핫머니를 물리적으로 쫓는 것은 불가능하다. 핫머니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은행과 증권 등 제1,2금융권을 강화하고 또한 금융체계를 서둘러 선진화하는 수 밖에 없다. 우리의 금융도 이제는 말로만 들어오던 핫머니를 다룰줄 알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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